1월 엔비디아에 HBM3 소규모 물량 공급한 뒤 전략 바꿔
HBM2E 공급 늘려 엔비디아향 HBM3 공급 실패 만회

사진=삼성전자 제공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인공지능(AI) 가속기용 고대역폭메모리(HBM)3보다 HBM3E에서 승부를 보려 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간 HBM 5세대 HBM3E에서 엔비디아의 승인을 최대한 빨리 받아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급선회한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엔비디아에 HBM3를 소규모로 공급했지만 현재는 거래가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HBM3의 품질이 엔비디아의 요구사항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인 제품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를 구동하려면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단발성에 그쳤던 HBM3 공급을 포기하고 HBM3E에 화력을 집중한다. 전체적인 HBM 공급 전략에서 보면, 다른 고객사에 HBM2E 공급을 늘려 엔비디아향 HBM3에서 겪은 실패를 최대한 만회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큰 손'인 엔비디아에 반드시 HBM3E 공급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이달 말부터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작하고, HBM 점유율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HBM3E 공급을 앞두고 있다.

HBM3E부터는 삼성전자에도 긍정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삼성전자의 HBM3E 실물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적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삼성전자 HBM3E에 대한 엔비디아의 승인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 12단 HBM3E에 남긴 친필 서명과 글귀. 사진=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캡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 12단 HBM3E에 남긴 친필 서명과 글귀. 사진=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캡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만드는 HBM3E는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 출시할 AI 가속기인 'H200'과 연말 나올 'B200(블랙웰)' 등에 탑재된다. 특히 208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약된 B200은 역대 가장 큰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칩 하나에 HBM3E 8개가 탑재될 전망이다. B200의 1대 가격은 3만~4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B200에 들어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HBM 경쟁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HBM3E 수율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는 데 최대한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IT 전문매체 Wccftech에 따르면 현재 HBM 생산기업의 수율은 65% 정도로 일반 D램 대비 크게 낮다.

HBM에서는 실리콘관통전극(TSV)이 핵심 요소 중 하나다. TSV는 미세구멍(데이터 통로)을 뚫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칩 사이를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수천개의 구멍을 수직으로 일정하게 뚫는 게 중요하지만 기술 난도가 높아 HBM 전체 수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는 HBM3E 공급 준비와 함께 차세대 제품인 HBM4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18~21일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4에서 HBM4의 성능을 공개하면서 이 제품에서도 기세를 잡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HBM4는 HBM3E 대비 대역폭이 40% 확장되고 전력소모는 70% 수준으로 줄어든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개발하고 조만간 상세 성능을 공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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