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복 대표 이어 허영인 회장까지 구속
국내외 비즈니스 제동…비상경영 불가피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황재복 대표에 이어 허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올해를 유럽, 중동 등 베이커리 사업의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으려던 SPC그룹의 사업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영인 회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발부했다.

검찰은 허 회장이 2019년 7월∼2022년 8월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제3부(부장검사 임상빈)가 부당노동행위에 더해 뇌물 공여 혐의도 받은 황 대표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황 대표에 이어 허 회장까지 구속되는 등 수장들의 부재로 역대급 위기에 직면하면서 SPC는 올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해외시장 및 내수사업 운영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파리바게뜨를 앞세워 세계 주요국가에 진출한 SPC는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가맹사업을 본격 확대하며, 글로벌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지 가맹점 비중이 70~80% 이상으로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 G2 국가 외에도 프랑스,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영국, 캐나다 등에 550여 개의 파리바게뜨를 운영 중이다.

SPC는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과 세계 2만 개 매장을 보유한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로 성장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왼쪽부터) 허영인 SPC 회장,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 사진=SPC그룹 제공
(왼쪽부터) 허영인 SPC 회장,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 사진=SPC그룹 제공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가장 최근 추진 중이던 이탈리아 진출이 발목을 잡혔다. 허 회장은 지난달 24일 방한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와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MOU를 맺었다.

1년 여간 협의한 끝에 맺은 결실로, 파리바게뜨가 이탈리아에 진출하게 되면 프랑스, 영국에 이어 유럽 내 3번째 진출국이 되는 상황에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미국 시장도 문제다. 현지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려면 프랜차이즈 공개문서(FDD)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FDD에는 본사 경영진의 법적 소송 케이스 등을 포함해야 하는데, 허 회장의 구속은 당연히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중동 시장도 골치 아픈 상황이 됐다. SPC는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할랄 인증 공장을 착공해 올해 본격 가동을 예고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아랍에미리트(UAE) 기반 중동 지역 유력기업인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파리바게뜨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조인트벤처(JV) 파트너십 MOU를 체결했다.

이런 사업들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현지 관계자들과 꾸준한 논의가 오가야 하는데 그룹의 수장이 공백기가 길어지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아진다.

이 외 동남아시아 등 타 지역에 대한 상황도 예의주시 할 수밖에 없다.

국내 사업도 위기다. 고물가 속 소비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전부터 안전 문제 등으로 SPC를 괴롭혀온 기업 이미지가 또 한 번 크게 훼손되면서 매출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SPC는 이번 사태로 사실상 비상경영체제 돌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PC 측은 허 회장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의 환자에 대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의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정도로 이 사건에서 허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중요한 시기에 유사한 상황이 반복돼 매우 유감으로, 검찰이 허 회장의 입장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않은 현 상황에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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