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나혜리 기자] 미국 프로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의 매니저겸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미국 연방 검찰에 의해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연방 검사 마틴 에스트라다는 11일(현지시간) 미즈하라가 자신의 불법 도박 채무를 변재하기 위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1600만 러(약 219억원) 이상을 절취했고, 이를 위해 은행 계좌에 연결된 신상정보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또 미즈하라는 은행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오타니라고 속인 뒤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불법 도박업자에게 돈을 송금하는 것을 승인하게 했다며 미즈하라의 기소 이유를 밝혔다.
미즈하라는 2018년 오타니가 애리조나주의 한 은행 지점에서 계좌 개설을 하는 것을 도왔고 세부 개인 정보를 설정할 때 통역을 해줬다. 오타니는 MLB에서 뛰면서 받은 급여를 이 계좌에 입금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2021년 9월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댔고, 올 1월까지 약 1만9000건을 송금하며 총 4070만달러(약 557억원)를 잃었다. 하루 평균 약 25건의 베팅을 하며 건당 베팅 금액은 1만2800달러(약 1700만원)에 달했다.
미즈하라는 도박업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여러 차례 신용 증가를 요청하기도 했다. “돈을 갚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도박업자를 안심시키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빚이 점점 늘어나며 도박업자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 미즈하라는 "솔직히 나는 지난 몇 년간 가상화폐에 투자해 많은 돈을 잃었고 스포츠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다"며 변제 금액을 합의할 방법에 대해 묻기도 했다.
결국 모든 사실이 들통난 미즈하라는 지난달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MLB 서울시리즈 기간에 해고당했다. 앞서 그는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취재 당시에 오타니가 직접 자신의 도박 빚을 갚아줬다고 말했지만 해고당한 후에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을 전혀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미국 본토 개막전이 열리기 전 오타니는 기자회견에서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나는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의 스포츠 도박도 하지 않았다. 타인에게 배팅을 요청한 적도, 도박업자에게 돈을 보낸 적도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에스트라다 검사는 "오타니 씨가 이 사건에서 피해자로 간주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하며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미즈하라는 조만간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있는 연방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