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원자잿값·공사비·인건비 상승에 수익성 하락
올 들어 10대 건설사 중 7곳 수주 0...선별적으로 수주
[데일리한국 이연진 기자]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 기준 10위권 내에 있는 대형건설사들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가 지났지만 절반이 넘는 건설사가 정비사업에서 아직 마수걸이 수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10대 건설사 중 3곳만 도시정비사업에서 실적을 올렸고, 7곳은 아직 전무한 상태다. 3곳은 포스코이앤씨가 1위로 총 2조3321억원의 수주액을 달성했으며, 현대건설(1조4522억원), SK에코플랜트(2151억원)가 포함됐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아직 실적이 전무한 상태며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7곳은 아직 올해 마수걸이 수주를 하지 못했다.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급감한 이유는 부동산시장이 고물가, 고금리,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 확대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수주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이익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사업에만 뛰어드는 이른바 선별적 수주에 나서고 있다. 서울에서도 입지가 우수한 강남 등 노른자 사업장이나 사업 규모가 조 단위인 곳도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유찰을 거듭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비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서울 동작구 노량진 뉴타운 재개발 최대어 '노량진1구역'은 시공사 선정이 두 차례나 유찰됐다. 당초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됐지만 포스코이앤씨만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한다.
또한 이달 서울 용산구 한강변에 위치해 한경 조망이 가능한 산호아파트 재건축 역시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이 구역도 앞서 현장설명회에서는 여러곳의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막상 단 한 곳도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 삼환가락아파트 조합은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 다수의 건설사가 참여해 기대를 모았지만 DL이앤씨 단독 입찰로 유찰돼 재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수주를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전략으로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수주를 한다고 해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고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조합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워낙 많아 수주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 여파로 건설사업의 수익성이 하락하자 정비사업 수주 대신 다른 먹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더욱이 아파트 미분양 증가로 청약을 통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수장 교체, 임직원의 대외 업무 비용 감소 등의 방식으로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4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건설수주 규모는 10.2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수주 감소는 공공과 민간이 모두 감소했다. 공공은 3.3조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7.8% 감소했고, 민간은 2.9조원으로 26.9% 줄었다.
특히 민간 부문에서 건설사들의 주요 먹거리로 꼽히는 재개발과 재건축 수주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5.3%, 16.2% 감소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국내 건설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를 통한 사업 확장보다는 위기 관리에 집중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3~5년 뒤 신축 아파트의 공급 절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달 주택사업 경기 전망지수는 기준선 이하인 70선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사업 경기 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개선 전망이 밝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이하면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