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월1일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23만톤급 HMM 로테르담호가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2년 1월1일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23만톤급 HMM 로테르담호가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HMM이 글로벌 해운 동맹 재편 등 변화에 맞춰 몸집을 키우려 하지만, 계획대로 선박을 추가 확보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HMM은 현재 80만TEU(TEU=6.1m 길이 컨테이너 1개) 수준의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을 오는 2030년까지 150만TEU로 확대하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지난 15일 밝힌 바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호황기였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축적한 현금을 신규 선박 구입에 투입하며 규모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HMM도 지난해 말 기준 확보된 11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향후 공급 과잉과 치킨게임의 우려가 있으므로 원가 경쟁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판단이다. 

해운 시장에는 규모 경쟁이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화물이 줄고 운임이 떨어질 때 원가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선 몸집이 커야 한다. 규모가 작은 선사들은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인수합병(M&A) 된 전례가 많다. 

해운 동맹 재편과 선박 추가 확보 등 움직임을 고려해 일각에선 글로벌 선사들이 ‘독자생존’ 모드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HMM의 경우 아직 독자생존을 논하기는 무리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HMM은 세계 8위 수준이지만 1~7위 업체들과의 선복량 격차가 크다. 2030년 목표치인 150만TEU를 달성한다고 해도 순위가 뒤바뀌긴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선박의 발주부터 인도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목표 시기까지 촉박하다. 조선소 상황도 변수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은 오는 2027년 인도분까지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이 당장 발주에 나서도 2028년 이후에 배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중국 등 해외 조선사와의 계약이나 선박을 빌리는 방식(용선)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HMM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업계와의 상생 등 사회적 책임 요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 해외 발주를 단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산업은행 체제가 시작된 2016년 이후 해외 발주 사례는 아직 없다. 

용선료를 지불하고 배를 빌려오는 것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호황기를 대비해 비싼 값으로 배를 빌렸다가 업황 악화로 부채가 불어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 조선사와의 계약은 현재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며 “필요한 선박을 한꺼번에 발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간 계획으로 나눠 매년 몇 척씩을 수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2030년 목표치 달성에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운사 간 공동 운항 서비스 협정인 해운동맹 체계에는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세계 1·2위 해운사인 MSC(스위스)와 머스크(덴마크)가 속한 동맹 ‘2M’은 올해까지만 유지된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이 30%를 훌쩍 넘어서며 독과점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결과다.

MSC와 결별을 선언한 머스크는 하파그로이드(독일)와 손을 잡고 새로운 동맹 ‘제미나이(Gemini)’를 내년 2월 결성할 예정이다. 하파그로이드는 기존에 속했던 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디얼라이언스는 HMM(한국), ONE(일본), 양밍해운(대만) 등 3사 체제로 재편된다. 홀로 서게 된 MSC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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