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교보생명.
사진=교보생명.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34년 동안 시민들과 소통하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오고 있는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의 문안선정위원회가 봄을 맞아 새롭게 꾸려졌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에 가수이자 작가인 요조(본명 신수진) 씨가 합류했다고 9일 밝혔다. 그는 이슬아 수필가 후임으로 이번 광화문글판 여름편의 문안선정위원회부터 활동한다.

이번 문안선정위원회는 이승우 소설가(조선대학교 교수), 김행숙 시인(강남대 교수), 장재선 시인(문화일보 부국장), 곽효환 시인(한국문학번역원장), 요조 수필가 등으로 구성된다.

교보생명은 1991년부터 자체적으로 광화문글판 문안을 선정해오다가, 2000년 12월부터 시민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 문안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시인과 소설가, 평론가 등 문인들과 교수, 카피라이터, 언론인 등 외부인사 4~5명과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교보생명 홍보담당 임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교보생명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민들의 공모작과 문안선정위원들의 추천작을 놓고 토론과 투표를 거쳐 최종작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잘 담고 있는지, 시대의 관심사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계절과 잘 어울리고 의미가 쉽게 전달되는지 등을 다양하게 검토한다. 시민들 응모작은 분기마다 1000~2000편에 이른다.

엄격한 선정 과정을 거친 문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한 번씩 바뀐다. 지금까지 문안선정위원으로는 정호승 시인, 은희경 소설가, 안도현 시인, 한강 소설가, 유제상 카피라이터, 진은영 시인 등이 활동한 바 있다. 문안선정위원 임기는 2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광화문글판은 늘 시의성 있고 정감 어린 글귀로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건네왔다"며 "앞으로 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친숙하게 다가가고 공감을 이끌어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는 시민들의 시선이 잠깐이라도 머무를 때 쉼표를 찾을 수 있도록 선정 과정에서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다. 토론장은 때론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공론장이 되고, 한편으로는 문학상 시상식을 방불케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 걸리는 광화문글판은 34년째 거리를 오가는 이들에게 '인생 한 줄'이 된 문장들을 건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교보생명은 빌딩 외벽에 내거는 가로 20m, 세로 8m의 이 대형 글판을 통해 시민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1991년 1월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지금까지 총 110번 문안을 내걸었다.

1호 문안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 활력 다시 찾자'로 1990년대 초중반에는 계몽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감성적이고 정감 어린 문구로 바뀌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는 '기업 홍보는 생각하지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도록 운영하자'는 신용호 창립자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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