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해석 단계서 유망 구조 발견...올 연말 실제시추로 확인”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석유공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3일 포항 영일만에 막대한 양의 원유와 가스가 매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데 대해 “아직 자료 해석 단계로 실제 탐사를 해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견지하면서도 “동해가스전을 개발해 산유국의 반열에 오른 경험이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에서 원유·가스를 시추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이미 삼국유사에도 경주 일대에서 사흘 동안이나 불길이 솟았다는 기사가 있으며 특히 포항-경주 일대가 신생대 제3기에 형성된 퇴적층으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예전부터 있었다.
한국 정부는 1966년부터 포항 앞바다에서 해저 원유·가스 탐사를 꾸준히 진행해 왔으며 30여년만인 1998년 동해에서 4500만 배럴 규모의 가스와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최초로 발견했다. 2004년부터 2021년까지 17년 동안 상업 생산해 수천만 달러를 벌여 들였다. 이것이 최근 탄소포집저장(CCS) 설비로 전환할 계획인 동해-1 가스생산 시설이다.
이 때문에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기본적으로 신중론을 견지했다. 자원개발은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닌 데다가 시추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1970년 해정광물자원개발법이 마련된 이후 1979년 설립되며 국내 해역에서 물리탐사와 시추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그간 서해 6공, 남해 8공, JDZ 7공, 동해 27공을 시추해왔는데 수익을 거둔 시추공은 동해-1 가스생산 시설 정도다. 게다가 1공 시추하는데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에서 막대한 양의 원유·매장 ‘가능성’을 언급했을뿐 실제 부존 여부나 경제성 여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산업부도 “이번에 동해 심해에서 원유·가스 유망구조가 발견된 만큼 향후 시추를 통해 본격적으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건 산업부와 석유공사가 그간 축적한 동해 심해 탐사자료를 미국적 전문기관에 심층 분석을 의뢰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고 국내외 자문단도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층 분석을 수행한 기관은 액트지오(Act-Geo)로 산업부에 따르면 심해 평가 경험이 풍부한 메이저사 출신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고 대표자가 세계 심해지역 탐사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이번에 액트지오가 수행한 작업은 자료 해석 단계에 해당하므로 향후 시추작업을 통해 원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원유·가스 개발은 △물리 탐사자료 취득 △전산 처리 △자료 해석 과정을 거쳐 △유망구조를 도출하고 △탐사시추를 통해 석유의 부존 여부를 확인한 후 △개발과 생산을 진행하는 단계를 밟아야 하는 만큼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석유공사는 “올해 하반기 탐사시추를 진행한 후 뭔가 있으면 평가시추를 진행한다”며 “원유·가스가 있냐 없냐를 찍어보는게 탐사시추고 주변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게 평가시추”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생산하는데까지는 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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