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고성장은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등 전력 수요를 촉발하며 관련 업계에 호황을 불러왔다. 전력 생산시스템 효율화,  전력 수요·공급 매칭 등 AI 생태계로 파생하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재생에너지를 여러 국가 및 지역과 연계하기 위한 초고압 직류송전(HVDC)망과 각종 해저케이블, 전력 분산화 기조에 따른 ESS(에너지저장장치) 저변 확대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업계는 ‘전력 빅뱅’의 시대를 열어가는 중이다. 

LS전선이 미국 해상풍력단지에서 해저케이블을 시공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LS전선이 미국 해상풍력단지에서 해저케이블을 시공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전력케이블에 대한 막대한 수요는 LS전선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LS전선은 미국, 유럽, 대만 등 시장의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해저 사업(해저케이블, HVDC)에서 초격차를 꾀한다.  

LS전선의 미국 해저사업 자회사 LS그린링크는 최근 미국 에너지부(IRA)로부터 9906만달러(약 1365억원)의 투자세액공제를 받게 됐다. 미국은 AI, 반도체, 전기차, 재생에너지 부문과 노후 전력망 교체에서 막대한 케이블 수요가 예상되는 시장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5년간 자국 내 송전망 16만km에 대한 개선(upgrade) 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LS전선은 세액공제를 발판 삼아 미국 해저사업에 본격 투자할 방침이다. 주요 케이블 공급자로서의 입지 확보를 위해 현지 공장 건립 등을 추진한다. 미국 등 북미 시장의 수출 기지로 활용될 멕시코 케레타로주(州) 전력배전시스템 공장은 내년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LS전선 공장에서 초고압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LS전선 공장에서 초고압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자회사 밸류체인은 LS전선의 대표적 경쟁력이다. LS전선의 케이블 제조·공급 역량에 LS에코에너지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LS마린솔루션의 시공력이 합해져 시너지를 낸다. 이는 대규모 장치 산업인 케이블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초기 투자와 기술개발로 시장의 우위를 점하는 데 있어 빠른 의사결정을 돕고 현지화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인다. 

LS전선은 지난 3일 강원도 동해시 해저케이블 공장 증설에 관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약 1000억원을 투자해 HVDC 케이블 생산능력을 현재의 4배로 키울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8월에도 동해 케이블 공장 증설을 위한 1555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국내 공급 기반 다지기에 대한 의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LS전선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HVDC 시장이 크고 있다”며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LS전선은 525㎸(킬로볼트)급 HVDC 케이블 양산에 돌입했다. 이 제품은 직류(DC) 케이블 가운데 최고 전압 제품으로 네덜란드 국영 전력사 테네트가 진행하는 2GW(기가와트) 규모 송전망 사업에 적용된다. 테네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북해 해상풍력단지와 독일·네덜란드를 HVDC 케이블로 연결한다.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에 따르면 오는 2028년까지 42GW의 해상풍력발전이 유럽에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해상풍력 공급 목표치를 2030년 60GW에서 2050년 300GW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HVDC 등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불러올 요인이다.  

LS전선은 올해 1분기 1조4400억원의 매출과 7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4% 급증했다. 해저케이블 등 업황 개선과 구리 가격 강세로 2분기엔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열린 525kV HVDC 케이블 양산 기념행사에서 LS전선과 테네트(TenneT)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최근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열린 525kV HVDC 케이블 양산 기념행사에서 LS전선과 테네트(TenneT)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제공

LS전선 사업장의 제조, 운영, 관리 방식은 디지털로 전환 중이다. 해저케이블뿐만 아니라 지중 및 통신케이블 등 제품 생산에 스마트팩토리를 확대 도입하고 있다.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에선 원료의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 모든 공정 데이터가 디지털로 기록·관리된다. 

스마트팩토리 투자는 생산·제조의 지표를 관리·분석하는데 필요한 또 다른 기술 수요를 낳을 전망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AI, 소프트웨어 등 관련 다양한 협업과 기술 혁신을 통한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하다”며 “충분한 사업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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