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나혜리 기자]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팀 주장 손흥민에 대한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한 뒤 사과했다.

벤탄크루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된 우루과이 방송 'Por la camiseta(티셔츠를 위해)'에 출연해 손흥민과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해 비난을 받았다.

해당방송에 출연한 벤탄쿠르에게 진행자인 축구 전문 기자 라파 코텔로는 "나는 이미 너의 유니폼을 갖고 있다"며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벤탄크루와 함께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 달라는 의미였다. 이에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물었다.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것도 괜찮다고 하자 벤탄쿠르는 웃으며 "아니면 쏘니의 사촌 거는 어떠냐? 어차피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에 코텔로도 "맞다"고 동조하며 웃어넘겼다.

아시아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는 발언은 대표적인 인종 차별 표현으로 이번 사건은 남미에 팽배한 동양인 인종 차별 의식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2017년 콜롬비아의 에드윈 카르도나는 기성용을 향해 눈을 찢는 혐오성 행동으로 논란이 됐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멕시코 축구 팬들이 독일을 이긴 한국에게 고맙다고 쓴 게시글에 눈을 찢는 사진을 다수 게재해 문제가 됐다.

이번 벤탄쿠르의 발언도 온라인상에 퍼지며 논란이 되자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곧바로 사과했다.

벤탄쿠르는 "쏘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라며 "나는 널 정말 좋아해, 그리고 내가 너를 존중하지 않거나 너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려 하지 않았다는 걸 너는 알 거야. 사랑해 형제여"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또 문제는 있었다. 벤탄쿠르가 올린 사과문의 쏘니는 흔히 그를 부를 때 사용되는 'SONNY'가 아닌 일본 전자기기 회사의 이름  'SONY'였던 것.

이에 대해 손흥민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손흥민이 뛰고 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속한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이번 사태에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우린 손흥민의 편에 서 다시 한번 소셜미디어 회사와 당국에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학대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우리 경기에서 용납되지 않으며 우리는 당국과 소셜미디어 기업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첼시와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두 차례나 인종차별을 당했다.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행위(눈찢기)를 펼친 44세 남성은 3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와 벌금형(1384파운드), 그리고 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이번 시즌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술에 취한 한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그 팬도 3년간 경기 출입 금지 처분을 받고 400만 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했다.

프리미어리그는 2020-2021시즌부터 모든 유니폼에 'No room for rasicm(인종차별을 위한 공간은 없다)'이라는 문구를 넣는 등 인종차별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팀들도 인종차별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영국축구협회가 공개적으로 강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힌 만큼 벤탄쿠르에게 어떤 징계가 내려질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