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미분양 증가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건설업계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철강 모듈러 건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장에서 건물을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철강 구조물 기반의 공장 자동 조립 방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3월 건설업계와 강구조 내화공법 연구에 착수했다.

강구조는 건축 구조상 중요 부분에 형강, 강관 등 철강재가 접합·조립된 것이다. 주로 교각이나 고층건물에 이용돼 왔다. 고층 건물일 경우 화재에 잘 견디는 내화 공사가 추가돼야 한다. 

현대제철은 내화 공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고층 건물 작업에 특화된 모듈러 내화 공법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 철근 콘크리트 구조보다 내부 공간을 넓히기 쉬운 철골조 아파트 활성화에도 나섰다.

또 포스코는 사전 공장 제작한 프리패브(Pre-fab) 제품 ‘스틸 아트월’을 아파트 입구 문주나 측벽 패널에 2020년부터 적용 중이다. 공항 여객터미널에는 2022년 ‘스틸 커튼월’을 공급하기도 했다. 포스코건설은 강구조·모듈러 전담 조직을 갖췄다. 

다음달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모듈러 포럼에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철강사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건설 비용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저가 입찰을 고수하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올해 3월 기준 154.09로 2020년 같은 시기(118.47)보다 30% 넘게 상승했다.

철강 모듈러 건축은 건설 비용을 줄일 대안으로 꼽힌다. 골조와 설비 및 마감재 등 공사의 상당 부분을 사전 공장 제작으로 대체해 인력 투입을 최소화한다.

기계 자동화로 계측, 가공의 정밀도를 높이기 때문에 콘크리트를 붓는 방식에 비해 시공 오차도 줄일 수 있다. 

과거엔 도입 비용을 이유로 모듈러 건축으로의 전환을 주저했지만 인건비 등 부담이 커진 현재는 수지타산이 맞는 수준에 이르렀단 평가가 나온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모듈러 건축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높아졌다”며 “부동산 침체로 주택 경기가 너무 안 좋기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차원일 것”이라고 했다.

모듈러 방식 적용에 따른 철강 수요 창출은 판재를 생산하는 철강사뿐만 아니라 내외장재와 관련된 제강사들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철강 모듈러 건축이 보다 활성화하려면 생산 개런티와 연구개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참여를 유도할 수준의 수요가 보장되질 않아 보니 민간 투자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생산량이 1년에 얼마 이상은 보장될 수 있어야 모듈러 제작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며 “향후 5년, 10년간 판매를 보증하기 위한 공식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그만큼 판매 효과로 이어져야 연구 개발 투자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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