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데일리한국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김언한 기자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인간의 뇌에서 가장 앞부분인 전전두엽은 나이가 들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최고경영자(CEO)가 되거나, 정치인들의 평균연령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전두엽의 역할 중 하나는 비교를 통해 정보를 통합하는 일인데 경험치가 쌓일수록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적 활동에서 노익장을 과시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인지 모른다.

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평균연령은 56.3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23일 생일을 맞아 56세가 됐다. 이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퀄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CEO와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왔다.

이 회장은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기술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미래학자처럼 30년 뒤를 예측하거나 삼성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

기술 변화는 늘 새로운 위험을 동반한다. 1908년 '포드 모델T'가 출시돼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가 열린 지 100년 이상이 지났지만 오늘날까지 차량 결함 혹은 운전자 부주의로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세상을 바꾼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평가받는 플라스틱도 1930년 발명 당시 앞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가 없었다.

뉴사이언티스트의 여기자 샐리 에디는 자기장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헬멧을 쓰고 전쟁 시뮬레이터에 들어갔다가 가상의 테러리스트를 냉정하게 저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헬멧을 쓰기 전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착용 후에는 가상의 테러리스트가 오히려 나타나길 기대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눈앞에 왔다는 뉴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는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인간의 정신이 미래의 첨단 기술과 만나 인류를 위협할지, 안락으로 이끌지 예측하기 어렵다.

기술과 인간을 잇는 기업은 올바른 기술 방향을 정립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용 회장은 2022년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매출 1위 기업 삼성전자조차도 냉혹한 현실과 싸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당장 생존에 급급하기만 하면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매몰되거나 비전의 부재로 구성원들을 통합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의 패착이 교훈을 준다.

이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보다 내로라하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 CEO를 많이 만났다. 선견지명으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기술의 미래를 올바르게 이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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