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김언한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김언한 기자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엔비디아 젠슨 황이요?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PC 부품 유통업체와 만나지 않았을까요?"

최근 만난 취재원과 엔비디아의 고속 성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듣게 된 말이다. 10년 전이면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 중 게임용 제품 매출이 절반을 넘었던 때라 왜곡은 좀 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90년대 용산전자상가를 여러 번 찾아 제품을 홍보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2010년 엔비디아가 용산에 교육센터를 열었을 때도 직접 개소식에 참석했다. 그는 1993년 엔비디아를 공동 설립한 후 현재까지 CEO로 재직 중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이 그와 만나 사진을 찍는 '인증 비즈니스'조차도 쉽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그를 쉽게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젠슨 황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옆에 남긴 친필 사인만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할 정도니 영향력을 알만하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이 대만을 찾는다. 지난 6월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컴퓨터 관련 부품을 주로 다루는 행사로, PC 시대가 저문 뒤 한때 힘이 빠지는 듯 했으나 올해 열기는 상당히 뜨거웠다고 한다.

SK하이닉스는 처음으로 컴퓨텍스에 참가해 HBM3E 등 신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임원들도 현장을 찾았다. 젠슨 황뿐 아니라 리사 수 AMD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테크업계 구루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미래가 유망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두 곳의 CEO가 모두 대만에서 출생했다는 점도 전 세계가 대만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생성형 AI 붐이 촉발한 AI의 거대 물결이 이같은 변화를 만들었다.

큰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온다고 한다. 졸지에 부자가 되거나 건강 상태의 급변, 즉 느닷없는 행운과 불운이 이에 해당한다.

어찌 보면 잠재된 것의 폭발과 관련이 있을 듯싶다. 드러나지 않던 것이 적당한 때를 만나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그런 점에서 젠슨 황 CEO는 오랜 기간 인고의 시간을 견뎠을 것이 틀림없다.

AI 붐이 일면서 반도체 성능 향상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패키징도 몇 년 전까지 홀대를 받았다고 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저전력·초소형·초고속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전공정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패키징 관련 행사에 취재차 참석이 가능하냐는 문의를 하면 "어렵다"는 답을 종종 듣는다. 기업은 패키징 기술 방향성이 경쟁사에 알려지는 것에 예민해졌다. 삼성전자, TSMC, 인텔,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미래 판도를 바꿀 기술로 패키징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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