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매해 여름마다 집중호우 피해 발생
尹 "기상이변 자주 발생…장마 철저히 대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옹벽 붕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옹벽 붕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장마 피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2022년 신림동 반지하 주택 침수사고에 이어 2023년 해병대원 순직 사건 등 취임 이후 매해 여름마다 집중호우로 '진땀'을 뺀 까닭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어 호우 대응책이 부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 등으로 기존 예측을 넘어서는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중부지방과 충청·경북권에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경북 안동시 임동면에서는 일대 하천이 범람해 인근 마을 주민 19명이 고립됐고, 이 가운데 8명은 소방 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또한 충북 옥천군에서는 산 비탈면이 무너져 50대 1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이밖에 도로가 침수되고 산사태와 옹벽 붕괴 위험이 커지면서 주민들의 대피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순방을 앞둔 윤 대통령이 장마 피해에 철저한 대비를 당부한 것은 취임 이후 매해 여름마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발달장애 가족이 지난밤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발달장애 가족이 지난밤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취임한 첫 해였던 2022년 8월에는 중부지방에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기상청의 폭우 예보에도 불구하고, 중앙재난대책본부가 아닌 서울 서초동 자택으로 퇴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뭇매를 맞았다.

또한 대통령실이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침수로 고립돼 목숨을 잃은 피해 현장을 카드뉴스 등 홍보 자료로 쓰면서 윤석열 정부의 경솔한 대응과 미흡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윤 대통령은 결국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종합 홍수 경보 시스템 구축 등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색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해병 장병을 태운 헬기가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색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해병 장병을 태운 헬기가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당부와 지시에도 이듬해 7월 비극은 재현됐다. 충북 청주시에서는 오송 궁평2지하하도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사망했다. 경북 예천군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돼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를 왜곡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명 정국의 핵이 된 일명 '채상병 순직 사건'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추진, 지난 21대 국회에서 단독 처리해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사법기관의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던 만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5월28일 폐기됐다.

하지만 민주당과 야권이 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특검법을 재추진하면서 이는 지난 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폐기된 지 37일 만의 일이었다. 이번에 통과된 특검법은 특검추천권을 비교섭단체까지 확대한 점 등이 다르다. 윤 대통령은 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특검법에 부정적인 데다, 이미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통령실도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면서 "여당에서 요청이 있었고, 위헌성이 더 강화된 특검법안이 넘어왔기 때문에 거부권을 결정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미국 순방에 나선다. 8~9일(이하 현지시간)에는 미국 호놀룰루를 찾아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 안장된 미 태평양국립묘지(펀치볼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한 뒤 하와이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9일에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해 새뮤얼 파파로 사령관으로부터 군사 브리핑을 받고 장병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이어 10~11일 워싱턴D.C에서 체코·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5개 이상의 나토 회원국 정상과 릴레이 회담을 열고 양자 현안과 국제정세를 논의할 계획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도 따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11일에는 인도-태평양 파트너국(I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과 회동한다. 본행사인 32개 나토 동맹국, IP4, 유럽연합(EU)이 참석하는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나토가 유럽·미국의 5개 싱크탱크와 공동 주최하는 '나토 퍼블릭 포럼' 기조연설로 순방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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