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만 한국경제협의회(한경협, 옛 전경련) 회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경유착의 검은 과거를 탈피하려 이름을 바꾸고 새 걸음을 시작했지만 원활치는 않아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420여개 회원사에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이 속한 제1그룹의 연회비는 각 35억원이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제철 등 5개사가 회원사로 등록돼 있는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했다.
한경협은 지난해 8월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했다. 4대 그룹은 형식적으로 한경협 소속이 됐지만, 실제 회비를 낸 곳은 현재까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한경협과 현대차그룹 간 우호적 관계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한경협(당시 전경련)이 주관한 경영인과 젊은 세대 간 소통 프로젝트 ‘갓생한끼’에 첫 번째 연사로 참석한 바 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9월까지 현대차 자문역을 맡았다.
삼성은 회비 납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경협 회비 납부 시 준법감시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는데, 이날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에서는 매듭을 짓지 못했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정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에 대해 위원들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회비 납부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계열사별로 이사회 보고를 마친 뒤 이르면 이달 중으로 회비를 납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4곳이 회원사인데, 그룹 내부 논의 결과 올해부터 SK네트웍스 대신 SK하이닉스가 한경연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 역시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비 규모와 납부 시점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경협은 회비 납부는 각 그룹과 회원사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이 회비를 납부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고 있지만,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