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금융 열풍 속 보험사 상생 보험 속속 출시
지난 1년간 실적 부진에 보여주기식 비판도
수수료·적극성 문제 해결해야 실적 부진 극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금융권을 관통했던 핵심 키워드는 '상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상생 금융'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은행·보험사 등 금융권에선 관련 상품을 속속 출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상생 금융' 상품들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보험권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상생 보험 상품은 1년 동안 1% 판매에 그치면서 '보여주기' 식 상품 출시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선 적은 상품 수와 부족했던 시장성이 판매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상생 보험으로 분류된 보험 상품 판매 건수는 15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상생 금융 특화 상품은 주로 생명보험사가 개발, 판매했는데 같은 기간 전체 생보사의 개인보험(변액보험 제외) 신계약 건수는 1056만건으로 상생 보험 판매 실적은 1.47% 불과하다.

손해보험사들은 대부분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의 할인 혜택을 '상생 금융'으로 내세우면서 생보사만 특화 상품을 공개했지만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의미가 퇴색됐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 등 금융사들을 상대로 코로나19·글로벌 고금리 등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상생 금융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고 금융사들은 이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일부 생보사들은 관련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한화생명은 상생 금융 1호 금융 상품으로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 보험'을 내놨다. 해당 상품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과 결혼·출산을 앞둔 부부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 지원에 초점을 뒀다.

가입 대상은 가구소득 중위 200% 이하인 만 20~39세까지로 보장금리는 5년간 5%다. 보험 기간 내 결혼·출산 시 납입금액의 일정률을 보너스로 지급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다는 취지다.

한화생명에 이어 신한라이프와 교보생명도 상생 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11월 만 19~39세를 대상으로 한 '신한아름다운연금보험'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해당 상품의 보험료 납입기간은 3년 이상이며 연금 개시 연령은 45세 이상이다.

신한아름다운연금보험은 연금 개시 시점에 기본 적립액의 최대 30%를 추가 지급하며 결혼 및 출산 시 연금을 추가 적립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연금강화형을 선택한 경우는 연금 개시 시점에 보너스도 제공한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12월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돕기 위한 금융상품인 '교보청년저축보험'을 출시했다. 이는 5년납 10년 만기 저축보험 상품으로 만 19~29세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5년간 연 5%의 확정이율이 제공되며 보험료 납입이 종료되는 6년 차부터는 공시이율에 더해 일정 수준의 자립 지원보너스가 지급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당시 금융권의 상생에 대한 압박이 강해 일부 보험사들이 연이어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며 "상품 자체는 구성이 좋았지만 자체적인 홍보나 적극적인 판매가 부족해 아쉽다"고 설명했다.

◇ 수수료 등 이유로 적극적 판매 부족

국민들을 위한 상생 보험이 연이어 출시됐지만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은 상품 수 △판매 수수료 △소극적 판매 등을 꼽았다.

현재 상생 보험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상품은 3대 대형 생보사(삼성·한화·교보) 기준 5개다. 대형 보험사 한 곳이 해마다 10여개에서 많게는 20개가량의 신상품을 쏟아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생 보험 출시 건수는 미미하다.

상생 보험 판매 수수료가 낮은 부분도 실적 부진 원인에 한몫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상생 보험은 저축보험인데 저축보험은 대체로 보험설계사에게 돌아가는 판매 수수료가 없다. 이에 설계사들도 적극적인 영업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보험설계사들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관련 상품에 대한 문의나 판매 등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해당 커뮤니티의 한 보험설계사는 "상생 보험 판매를 지난해부터 진행했지만 판매 건수는 1건에 불과하다"며 "사실 남는 게 없어 다른 상품을 더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보험 가입 자체가 새로운 지출을 유발하면서 취약계층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은행권이나 카드업계는 상생 금융에 동참하면서 대출 금리 등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기존 지출의 부담을 줄여주는 구조이나 보험 상품은 새로 가입하면 보험료를 납부해 새로운 지출이 생긴다. 이 때문에 지급 능력에 한계가 있는 취약 계층의 신규 가입이 사실상 없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사실상 보험업계가 상생 금융에 투입한 금액은 다른 금융권과 비슷한 수준이다"라며 "상품을 더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금융당국 주도의 상생 금융 개혁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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