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계열사 경쟁력 강화 분주
우리금융 M&A 소식에 발등에 불
남아있는 매물 놓고 솔루션 고심

사진=하나금융그룹.
사진=하나금융그룹.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수익성과 건전성이 개선되지 않아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놓고 고민 중이다.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보험업계의 변화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보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하나금융그룹의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관련 업계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금융지주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하나금융은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적당한 매물이 없다'는 시장의 평가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이 움직인 만큼 향후 하나금융 역시 다양한 방식을 통한 보험사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의 올 1분기 실적은 여전히 아쉽다. 하나생명은 45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흑자전환에 만족해야 했고 하나손해보험은 25억원 순손실로 5년째 적자다. 특히 하나손보는 지난 2020년 하나금융에 편입된 이후 2021년을 제외하곤 적자가 이어지면서 투자금도 회수 못 한 상황이다.

수익성과 건전성 부문에서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하나생명의 1분기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11.1%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9%포인트 하락했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150%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하나손보도 작년 말 대비 17%포인트 내려간 130.5%를 기록했다.

킥스는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보험사의 자기자본(가용자본)을 분자로 하며 금리·장수·해약·재해·신용 등 보험사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위험으로 인해 자기자본이 감소할 수 있는 규모(요구자본)를 분모로 해 구한다.

반면 금융그룹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KB·신한금융의 경우 각각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가 손해보험·생명보험 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며 수익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1분기 KB손해보험은 29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신한라이프 역시 전년동기대비 15% 이상 성장하며 당기순익으로 1542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성공적인 M&A를 통해 보험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운 KB와 신한은 리딩금융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하나금융이 KB, 신한과 경쟁하기 위해선 비금융 확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KDB생명.
사진=KDB생명.

◇ M&A 필요하지만 마땅한 매물 없어

보험사 실적 악화가 금융그룹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금융은 보험계열사를 키우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021년, 1000억원의 자금을 하나생명에 보냈고 하나손보에도 총 2760억원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험 계열사가 '약점'으로 꼽히면서 M&A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하나금융은 실적 '제자리걸음'을 끝내기 위한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보험사 인수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KB손보가 LIG화재, 신한라이프는 오렌지라이프(ING생명)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잡은 우리금융도 최근 동양생명·ABL생명 동시 인수합병을 눈앞에 두면서 업계 3위 경쟁과 관련해 하나금융 내 위기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하나금융이 추가 M&A를 통해 보험사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해야 비은행 계열사 부진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보험업계에 판도를 바꾼 만큼 좋은 매물만 있다면 실적을 끌어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며 "특히 하나금융의 자본력과 기존 보험사의 운영이 더해지면 순위는 금방 역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역시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M&A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 7월 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전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M&A에 한 발짝 다가갔던 하나금융은 인수 자금과 경영 정상화에 1조원에 가까운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고 끝에 포기했다.

또 일각에선 하나금융이 향후 외국계 생보사인 메트라이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킥스 비율이 300%가 넘을 정도로 자본력도 탄탄하고 보유 계약 대부분이 보장성 보험이라 수익성도 높다. 다만 메트라이프 측은 관련 내용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등도 매물로 나와 있지만 관건은 '몸값'이다. 비싼 매각가, 재무 건전성 개선 리스크 등 때문에 쉽사리 딜을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대주주 JKL파트너스가 2조7000억~3조원의 매각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창사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지만 몸집 자체가 커 매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수 이후에 들어갈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KDB생명보험과 MG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각각 금융당국 권고치와 최소 요구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원매자 입장에선 인수 이후에도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하나금융이 M&A를 통한 보험사 확장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룹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보험사 인수는 이뤄질 것이다"라며 "추후 M&A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보험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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