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MSRA 체결...입찰 자격 획득
국내 업체 경험 '무'...공급망 확보·보안유지 변수 커

지난해 10월 한, 미, 일 함정이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한, 미, 일 함정이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두고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2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신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MRO는 배가 최종 폐기될 때까지의 수리 및 부품 교체 등 관리작업 일체를 뜻한다. 업계에선 미군에서만 20년치 일감이 밀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량 적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만큼 한국 업체들에게 기회가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나란히 체결하며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지난 6월 인수하며 ‘자국의 배는 자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미국 존스액트법에도 대비하고 있다. 

SK오션플랜트 또한 함정 MRO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함정 건조 역량이 있는 후발주자들의 추가 가세도 거론되는 배경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 MRO 시장은 2029년 636억 2000만달러(87조5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 중 미국 시장은 2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중국을 의식한 미국이 함정 경쟁력 확보에 있어 동맹국에 손을 내밀고 있는 점도 기회 요인이다. 지난 1월 발표한 국가방위산업전략서에서 미국은 민간 부문과 동맹국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기계·방위산업실 연구위원은 “미국이 동맹국과 협력을 어떤 전략서에 명시하는 등 못을 박는 식으로 표현한 적이 없었다”며 “함정 건조에 있어 내수 시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미국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국내 함정업체로서는 중요한 기회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이 미군 MRO를 수주한 사례는 없다. 경험이 없는 만큼 여러 변수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지 부품 공급망 확충, 노조 리스크 대비 및 정비 인력 관리 등이 주로 거론되는 요인이다.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강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또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일본이 연간 수주액 600만달러(약 8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시장 규모가 다소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산 부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지 수급을 위해 얼마큼의 책임있는 협상력이 뒷받침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해외 인력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현지 노동자들의 성향, 역량 등은 경우에 따라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미국 함정이 국내에 수리하러 들어오면 그 승조원들의 숙식 등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준비해야 한다”면서 “미군이 보안 유지 등을 이유로 전투함정 같은 고가의 함정이 아닌 보급함이나 군수지원함 위주로 MRO 물량을 맡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우리 해군은 노후된 독도함에 관한 MRO 시범사업을 아웃소싱 방식으로 내년에 실시할 예정이다. 함정 MRO에서 뚜렷한 실적이 없는 국내사들에겐 미국 등 해외진출 역량 확보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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