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억제 위해 디딤돌·버팀목 금리 0.2~0.4%p 인상
올해 가계대출·집값상승 원인은 9억원 이상 아파트
6억 이하 내집 마련 안간힘 무주택자 실직적 피해 '울상'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잡기에 혈안인 가운데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주거 사다리'로 꼽히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상품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 내에서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대출과 집값 상승세를 부추긴 요인이 9억원 이상, 6억원 이상~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에 있는데,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 상품으로는 6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매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만 걷어차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은행들은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 산정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대표적인 서민 주거 사다리 정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가계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 인상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연내 중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지고 있고 현재 부동산 가격도 뛰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 규모 증가세의 주요 요인이 정부의 정책 대출이다. 최근 3개월(4∼6월) 사이 은행권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60%가 디딤돌 등 정책금융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20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5000억원 늘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82조5000억원)이 5조6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7조3000억원)은 100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0.5%p(포인트) 인상하고, 국토교통부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를 0.2~0.4%p 가량 올리고 있다.

금융시장 내에서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을 위해 정책 대출 금리 인상까지 하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온다.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무주택자 서민들의 주거 마련에 부담을 덜어주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을 시행한 정책 대출 상품과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 상품과의 차별화가 없어 정책 대출 상품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특히 가계대출과 집값 상승세를 자극하는 아파트를 보면 9억원 이상의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

직방이 국토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는 총 2만3328건이 거래됐다. 이 가운데 53.1%(1만2396건)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2006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아파트는 37%,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 아파트는 21.2% 증가했다.

9억원 이상의 중고가 아파트는 디딤돌로는 구매할 수 없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수도권에서  6억원 이하 주택(비수도권은 5억원 이하)을 살 때 낮은 금리에 최대 4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를 인상한 국토부는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집값을 크게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는 신생아특례대출에 대해서는 최저 1%대의 저금리를 유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 원인이 저금리 정책 상품은 맞다"며 "다만 현재 가계대출과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9억원 이상과 6억원 이하~9억원 이상 아파트는 디딤돌 상품으로는 살 수 없다. 정부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땜질식 처방에 그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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