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국내 정유업계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공급망 확보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동산 원유 비중은 72.2%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31.06%), 아랍에미리트(UAE, 14.4%), 이라크(9.5%), 쿠웨이트(7.5%) 등이 주요 공급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중 UAE의 경우 전년 동기(8%) 대비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특히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따른 단계적 관세 철폐로 향후 수입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석유·가스 시설 공격 등 국제 원유 시장에 파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공급망 확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소강과 격화를 반복하며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향후 중동 사태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미주산 원유 수입을 늘려 중동 의존도를 줄이려 한다. 실제 1~6월 국내로 들어온 미주산 원유는 1억810만9000배럴로, 전년 동기(9478만4000배럴) 대비 14% 증가했다. 미주산 원유 비중은 2018년 6%에서 2023년 18.7%로, 올 상반기에는 20.9%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주산 원유 도입 비중 확대는 저렴해진 가격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중동산 원유(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배럴당 76.16달러, 미주산 원유(WTI유)는 71.93달러로 양 원유간 4.23달러나 가격 차이가 난다. 업계 관계자는 "미주산 원유의 가격 경쟁력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가 원유 도입 다각화를 추진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은 오랜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유 도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주산 원유를 포함한 다양한 원유 도입처를 확보해 국제 원유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