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민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특수금융본부장
코로나 시기 유동성 과잉 보며 불황 예견 적중
담보·무담보 1호 펀드 론칭해 시장 성공 안착
일시 자금경색 중소기업 위한 구조조정투자 목표
[데일리한국 장은진 기자] 부실채권(Non-Performing Loan·NPL) 시장은 불황을 먹고 성장한다. 빚을 연체하는 가계나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를 처리하는 시장도 크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불황기마다 대규모 NPL시장이 형성됐다. 최근 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황이 맞물리며 또다시 NPL 시장이 활황 조짐을 보이고 있다.
NPL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제로 이 시장을 분석하고 적기에 상품을 준비한 금융투자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 중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이 NPL 시장 활황에 맞춰 사업 영역을 확장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은 2013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을 역임한 구재상 대표가 세운 케이클라비스의 100% 자회사다. 케이클라비스는 자산운용사 외에도 신기술사업금융업을 영위하는 케이클라비스인베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김선민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멀티에셋부문 특수금융본부장은 9일 “코로나 시기 과잉 공급된 유동성자금으로 전 세계 시장이 마치 호황인 것처럼 보였던 때가 있다”면서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의 NPL 관련부서는 그때부터 준비된 것으로, 시장이 호황에서 불황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음을 예상했다”고 강조했다
결코 요행이나 우연이 아닌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준비해 해당시기 사업부가 개설되고 펀드조성 또한 이뤄질 수 있었다는 뜻이다.
◆ 3년 전 ‘NPL사업부’ 신설…최초 펀드 지난해 조성
케이클라비스운용은 2021년 부터 향후 NPL시장이 크게 도래할 것을 감지하고 관련부서인 ‘특수금융본부’를 신설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그 결과 업계에서도 몇 안 되는 귀한 몸으로 인정받는 NPL 전문가들을 대거 확보했다. 특수금융본부 지휘봉은 예교지성회계법인 출신 김선민 상무가 잡았다.
김 본부장은 “NPL투자는 제한된 시간에 많은 정보를 찾아 검토하고 판단해야하기 때문에 종사자들끼리 NPL약자를 ‘non people life’로 바꿔 부를 정도다”라며 “이 때문에 젊은 친구들이 진입이 쉽지 않아 업계 전문가 확보가 힘든데, 이른 시기부터 준비한 덕에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NPL투자와 관련된 펀드조성은 지난해 이뤄졌다. 케이클라비스운용은 ‘담보·무담보’ 두 가지 종류의 NPL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담보부 NPL은 ‘새마을금고 금융안정 지원 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돼 설정한 '케이클라비스NPL 시너지 1호'를 통해 새마을금고의 담보부부실채권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케이클라비스 NPL 시너지 1호’의 경우 새마을금고 중앙회와 함께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출자자로 나서주면서 진성매각 등 이슈에서도 자유롭다”라며 “펀드의 포트폴리오도 엑시트가 용이한 자산으로 구성했는데 대표적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건물이 대다수고 지방의 경우 부산, 제주만 포함돼 있으며 건물 용도 또한 상업용보단 주거용을 위주로 선택했다”고 답했다.
케이클라비스운용의 무담보 NPL투자 펀드인 '케이클라비스 채무조정 NPL 블라인드 1호'는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을 통해 채무조정절차를 진행하는 추심불가 채권에 투자한다. 업계 최초로 150억원 설정액을 모집했던 해당 펀드는 지난달 이미 모두 소진한 상태다.
김 본부장은 “무담보NPL 대출형 펀드는 흔하지만 투자펀드가 설정된 선례가 없어 자금모집이 어려웠지만 펀드매니저의 무담보NPL에 대한 업계 최고의 전문성과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강조하면서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면서 “2호 펀드부터는 ‘추심가능’ 채권도 일부 넣어 자산구성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 개인신용·부동산담보 넘어 ‘기업구조조정투자’도 하고파
NPL투자는 크게 부동산 담보부 NPL투자와 무담보 NPL투자, 그리고 기업구조조정투자로 나눌 수 있다. 케이클라비스운용은 부동산담보NPL과 무담보NPL투자는 진행하고 있지만 기업구조조정투자부문은 미미한 상태다.
그는 기업구조조정투자를 기업부실채권 투자의 연장선으로 설명한다. 고유 사업에 대한 영업적 기반과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과도한 투자 등으로 일시적으로 재무적 곤경에 처한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함으로써 턴어라운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구조조정 투자는 관련 펀드를 조성한 후 구조조정기업에게 대출이나 메자닌 형태로 자금을 공급하는 식이다.
김 본부장은 “해당 펀드는 기업구조조정 플랫픔 투자의 일종이다”라면서 “구조조정기업 중 옥석을 가려 괜찮은 아이템을 가진 기업임에도 자금이 꼬여 도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상품을 구성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시장은 김 본부장의 판단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시작으로 중소·중견기업들로 자금경색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를 정부의 자구책을 통해 막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책자금이 빠르게 소진됨에 따라 향후 시장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김 본부장은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등 NPL전업사 및 유진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들의 경우 이미 기업구조조정 관련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케이클라비스운용도 향후 NPL투자 트랙레코드 다변화에 힘쓰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