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여야 비방전
박찬대 '윤석열', 추경호 '이재명' 작심 비판
"무서워"…방청석에는 견학 초등생들 '사색'
엄경영 "野 '탄핵 포기'가 국회 정상화 시작"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여야 간 고성과 욕설로 얼룩진 22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치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입법 독주와 ‘쳇바퀴’ 정국의 책임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책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각각 대표연설 화두에 올랐다.
40분간 의원석에서 펼쳐진 날 선 언사의 네 탓 공방과 비방전은 고스란히 현장 방청객으로 있던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의 ‘국회 첫인상’으로 남게 됐다. 정기국회의 출발을 알리는 교섭단체 연설은 여야의 정쟁에 밀려 역대 ‘최장 지각’이란 오명을 쓴 채 시작됐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연설문에는 뚜렷한 비판 대상이 존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의 친일 논란과 국정운영 실책을 고리로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이날 연설에 나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치 퇴행과 여야의 극한 대립이 민주당의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 때문이라고 짚으며 이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박 원내대표는 초반부터 헌법 수호 의지 없는 윤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독립기념관장 김형석과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두 명의 반국가관을 가진 공직자를 즉각 해임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그사 “권력이 있어도 잘못했으면 처벌받는 것이 공정이고 상식”이라며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의 수용을 압박하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민주당이 방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놓아주시라. 수사와 재판은 개인 차원에서 당당히 대응하시라”며 “그것만이 우리 정치와 국회가 정쟁에서 벗어나 정상화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 등 이 대표 방탄에 나서면서 소모적인 정쟁이 벌어졌단 비판이다. 해당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결정됐다.
추 원내대표는 “범죄 피의자가 수사 검사를 탄핵하겠다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입법 농단”이라며 “이 대표 사건 대부분이 민주당 내부 폭로로 드러났다는 사실 잊으셨나”라고 꼬집었다.
여야 원내대표는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수와 민주당의 정쟁 법안 발의 수를 들고도 첨예하게 대치했다. 박 원내대표가 ‘역대 거부권을 가장 많이 행사한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들고나오자, 추 원내대표는 ‘역대 탄핵안을 가장 많이 발의한 민주당’으로 맞섰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21회나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이승만을 제외한 역대 최다 거부권 행사”라고 짚었다.
반면 추 원내대표는 “여야 간에 합의를 통해 통과된 법안이라면, 대통령이 왜 거부권을 행사하겠나”고 받아쳤다. 그는 “지난 100일 동안 야당은 탄핵안 7건, 특검법안 12건을 발의했고, 인사청문회를 제외하고도 13번의 청문회를 열었다”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문재인 정부까지 70여 년 동안 발의된 탄핵안은 총 21건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근본적인 상황은 민주당의 정쟁 입법 독주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한 것이다.
◇ "부끄러운 줄 알라"…여야 비방전에 견학 온 아이들 '사색'
여야 의원들은 서로를 향해 고함을 주고받으며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의원들 간 싸움의 장으로 비화했다.
박 원내대표의 독설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적당히 하시라” “사돈 남 말 하느냐” “협치 포기하네” 등 고성을 지르다가 결국 하나 둘 자리를 떴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난 시점까지 남아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추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겨냥하는 대목에선 우 의장을 제외한 170석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반발이 터져나오면서 추 원내대표의 목소리를 덮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 “김건희 수사나 하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청객이 많이 보고 있다. 견해가 다르더라도 오늘은 경청해 주면 좋겠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이틀간 이어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지켜본 이들은 사색된 얼굴을 한 채 앉아 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무서워”, “소리 지른다”라며 작게 속삭였다. 실망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 "野 '탄핵 포기', 尹 '기조 변화' 필요"
여야 간 극심한 대치 정국은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 하의 야당의 ‘대통령 탄핵’와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에서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0.7%포인트 차이가 승부를 갈랐던 지난 대선에서 표면화된 극단적 진영 대결은 향후 국회에서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는 정국 정상화를 위한 첫 발걸음으로 ‘야당의 대통령 탄핵 포기’를 제시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양당 모두 스탠스 변화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민주당이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통령 탄핵'을 포기해야만 가파른 여야 대치 정국을 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도 민주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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