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위치한 헝리중공업 조선소. 사진=연합뉴스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위치한 헝리중공업 조선소.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중국 헝리그룹이 컨테이너선박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계열사에 일감을 주는 내부거래 전략과 선박 블록 제작 등 경험을 토대로 자국 메이저 기업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헝리그룹 계열사 헝리중공업은 최근 세계 1위 해운사 엠에스씨(Mediterranean Shg Co)로부터 2만1000TEU(1TEU=6m 컨테이너 1개 크기)급 대형 컨테이너운반선 10척을 수주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업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지난달 말 기준 2만3000TEU급 컨테이너운반선 가격은 2억7300만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3750만달러 올랐다. 헝리와 엠에스씨 간 정확한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클락슨리서치가 조사한 가격과 비슷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헝리그룹은 2022년 STX다롄조선소 인수 후 선박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벌크선(화물 적재)을 비롯해 탱커선(유류·가스 등 적재)까지 단기간에 건조 역량을 축적했단 평가를 받는다. 모태가 석유화학사업이기 때문에 내부 발주를 통한 물량 확보에도 용이하다.

하지만 비교적 난이도가 높은 컨테이너선박 쪽에선 중국선박공업그룹, 중국선박중공업그룹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엠에스씨가 헝리에 물량을 맡기면서 시장의 인식에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선사가 역량을 인정할 만큼의 대항마로 부상했단 시각이 많다. 

추격이 빨랐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한국 조선사에 선박 블록을 공급하며 쌓은 노하우가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단 분석도 나온다.

현재 헝리중공업은 삼성중공업에 선박 블록을 공급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인력 등 사정을 감안해 일부 선박 블록을 공급 받아 최종 조립한다. 또 헝리중공업은 앞서 STX다롄조선소 인수 후 초창기 재가동에 필요한 선박 블록을 한국에서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엠에스씨가 역량을 충분히 기대하고 있음을 발주를 통해 드러낸 것”이라며 “헝리가 규모를 키운 데는 국내 블록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1·2위인 중국선박공업그룹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이 합병을 추진 중인 가운데 헝리까지 급성장함에 따라 중국의 조선 굴기가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지난달 전세계 선박 발주량 387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서 중국조선사들의 수주 점유율은 90%(347만CGT)에 달했다.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는 “중국조선사와 글로벌 해운사 간 거래와 협약에 있어 국가 차원의 외교적 배경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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