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 점포·임직원 매년 축소
디지털 관련 계약직 늘리며 체질 개선
디지털 소외 계층 위한 방안은 숙제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인해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가 빠른 변화를 통한 재정 건전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점포와 임직원을 줄이며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제1금융권과 비교해 고령층 등의 금융 소외 계층 고객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이 대면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화를 진행하면서 접근성·서비스 질 하락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 점포는 총 265곳으로 전년대비(276곳) 11개의 지점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9월 280곳이었던 점포 수는 분기마다 줄어들며 9개월 만에 25곳이 사라졌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올해 SBI·OK저축은행은 각각 2곳씩 영업을 중단했고 DB·신한·융창·JT저축은행 등 4곳이 지점을 1곳씩 줄였다. 페퍼저축은행과 더케이저축은행도 지역사무소와 출장소를 1곳씩 없앴다.
점포수 감소와 함께 인력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저축은행의 임직원은 225명 줄은 9656명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임직원 수가 9600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말 이후 처음이다. OK저축은행은 반년 만에 임직원 30명이 감소했고 이어 웰컴저축은행(22명), 한국투자저축은행(14명), 애큐온저축은행(9명), SBI저축은행(8명) 순으로 줄었다.
업계에선 점포와 임직원 감소는 예견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면서 오프라인 점포 필요성이 떨어졌고 부동산 PF 리스크로 인해 경영 위기를 맞은 저축은행들이 판매관리비(판관비) 절약에 집중하는 등 비용 절감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30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연체율도 8.36%까지 치솟았다.
이와 더불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손실이 최대 3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업계는 부실 자산 정리를 통한 재정 건전성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물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관련 임직원 늘리고 디지털 전환 속도
비용 절감을 위한 점포·임직원 감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되고 있지만 '위기 속 기회'를 찾으려는 저축은행의 디지털 관련 인력 채용은 매년 규모가 늘고 있다. 체질 개선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관련 계약직 인력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또 다른 금융권보다 디지털 전환이 늦은 상황에서 스마트폰 사용 수준이 높아진 중장년과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디지털 금융 경쟁력 및 금융 소비자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 차세대 IT(정보기술) 시스템을 도입했고 SBI·OK·웰컴저축은행 등은 디지털 전용 금융 상품을 선보이거나 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도 중소 저축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보안 능력 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가 저축은행권에 확대되면서 관련 인력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AI 기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도입으로 연간 약 2만2000시간의 단순 반복업무 시간을 단축하고 있으며 SBI저축은행은 스마트폰 애플케이션(앱)에서 금융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AI 기반 보이스피싱 방지 솔루션과 신분증 위조 판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JT저축은행은 지난해 1월 AI 기반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앱, 가짜 앱, 변조된 앱을 차단하는 보이스피싱 앱 탐지 솔루션 '페이크파인더'를 도입해 비대면 거래의 보안을 강화했다. OK저축은행은 AI 기반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해 차별화하고 있다.
필수 인력을 지키려는 저축은행의 복리 후생 강화도 눈길을 끈다.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직원이 일하기 좋은 일터'를 조성해 결속력과 업무 능률을 끌어올리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SBI저축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월 1회,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했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는 저축은행 중 처음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점포는 줄이고 디지털 전환은 속도를 내는 게 업계 추세다"라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고객을 위한 혜택을 지키는 데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 금융 소외계층 위한 방안 마련 절실
다만 점포와 대면 창구가 사라지면서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저축은행의 서비스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1금융권과 비교해 금융 소외 계층 고객 비중이 높고 지역 기반 영업을 해 온 저축은행의 점포 폐쇄가 더욱 가속화되면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어려운 시기에 노인 등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신규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해당 신규 가이드라인은 점포 폐쇄 조건을 점수화하는 등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은 5월부터 폐쇄한 곳이 아닌, 사전 신고 일자를 기준으로 한다.
소비자 지원 계획에는 영업점 폐쇄 안내문을 홈페이지·영업점에 게시하는 것과 더불어 고령층을 위한 모바일·인터넷 뱅킹 사용법 교육이 포함됐다. 일부 저축은행 역시 디지털 소외 계층인 고령층 고객이 보다 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금융 앱에 '간편모드'를 도입하기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들이 고령자 친화 간편모드를 도입하는 소외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모든 저축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공동 점포를 개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