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장 "尹 보고 책무…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
이재명 "대통령 책임 저버려"…한동훈 "아쉽다 생각"
與 내부서 "이해 못할 정무적 판단" "김여사 블랙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과 '명태균 의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4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과 '명태균 의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4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박근혜 정부 이후 11년간 이어진 관례가 깨진 데 대해 극한정쟁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의 시정연설을 대독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윤 대통령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해마다 정부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직접 해왔다. 

1988년 노태우 정부 때 처음 시작한 시정연설은 이명박 정부까지 취임 첫해만 시정연설을 직접했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매년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에 나서면서 관행으로 굳어졌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이같은 시정연설 관행은 깨지게 됐다.

지난 9월엔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헌정 사상 처음 '대통령 불참 개원식'이 열렸다. 야당은 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기본적인 역할과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국회는 물론이고 국민에 대한 무시이자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거부는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선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렇게 계속 국회 경원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적한 현안들을 언급하며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국민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은 국민께 보고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정을 이렇게 운영하겠다는 것을 입법기관이자 예산 심사 권한을 가진 국회에 보고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당연하다"라며 "삼권분립 민주공화국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을 저버리는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민주화 이후 노골적으로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한마디로 오만, 불통, 무책임만 있는 불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성토는 집권여당에서도 분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여를 물밑으로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거듭, 가면 안 되는 길만 골라 선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과 그를 설득하지 못하는 무력한 당의 모습이 오늘도 국민과 당원들 속을 날카롭게 긁어낸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각종 논란들이 불편하고 혹여 본회의장 내 야당의 조롱이나 야유가 걱정되더라도 새해 나라 살림 계획을 밝히는 시정연설에 당당하게 참여했어야 했다"며 "민의의 정당 국회를 지난 국회 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패싱하는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SNS에 "총리 대독을 시킬 일이 아니다. 야당이 돌을 던져도 맞을 각오로 와야 한다"며 "김 여사 문제가 국정의 전부는 아니지 않나. 어떻게 대한민국이 김 여사 한 사람 때문에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느냐"고 힐난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에 불참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공천개입 녹취록' 파장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과 정치브로커 명씨의 통화 녹취록을 '스모킹건(직접적 증거)'으로 보고,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 등 정권 탈환의 속내를 숨기지 않은 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이어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천개입 통화, 대통령이 해명하라', '윤석열 정권,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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