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업체들 동맹 관계 재편...내년부터 1위 싸움 본격화
1위 노리는 머스크...11위 완화이라인도 선두권 맹추격

엠에스씨(MSC) 선사의 선박이 지난해 7월 독일 브레머하펜 항구에 정박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엠에스씨(MSC) 선사의 선박이 지난해 7월 독일 브레머하펜 항구에 정박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을 앞두고 주요 선사들이 컨테이너 선박 발주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규모의 경제'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11일 프랑스 해운전문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달 기준 주요 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엠에스씨(스위스, 20.1%), 머스크(덴마크, 14.3%), 씨엠에이씨지엠(프랑스, 12.3%), 코스코(중국, 10.7%), 하파그로이드(독일, 7.4%), 원(일본, 6.3%), 에버그린(대만, 5.6%), HMM(한국, 2.9%) 등 순이다. 

각 사별 점유율은 당분간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이들간 '합종연횡'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세계 1·2위 엠에스씨와 머스크가 결성한 ‘2M’ 동맹은 올해까지만 유지된다. 대신 머스크는 내년 2월 하파그로이드와 ‘제미니’ 동맹을 본격화한다. 제미니 동맹의 점유율은 이달 기준 21.7%다.

씨엠에이씨지엠·코스코·에버그린이 속하는 ‘오션’ 동맹의 점유율은 28.6%, 원·에이치엠엠·양밍해운이 결성하는 ‘프리미어얼라이언스’ 동맹은 11.5%다. 

그런데 프리미어얼라이언스는 내년 2월부터 4년간 엠에스씨와 선박 내 공간을 교환하는 ‘선복 교환’을 실시한다. 프리미어얼라이언스와 엠에스씨의 합산 점유율은 31.6%에 달한다. 내년 이후 1위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는 컨테이너 선박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엠에스씨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머스크는 엠에스씨와 결별을 선언한 후 선박 발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는 양쯔장조선소(중국)에 최대 28척의 1만7000TEU(1TEU=20피트 분량 컨테이너 1대분)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운반선을 발주했다.

28척 중 머스크는 10척, 하파그로이드는 12척을 발주했고 추가 발주 옵션은 6척이다. 예상 인도시기는 2027~2029년이다. 

머스크는 또 지난달 한화오션에 1만50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운반선 6척을 발주했다. 4척의 추가 발주 옵션도 있다. 뉴타임즈조선(중국)과는 1만60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운반선 12척에 관한 건조의향서 계약을 맺은 상태다. 

머스크는 신규 발주 이외에도 존 프레드릭센(노르웨이)측과 68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5척에 대한 용선 계약도 맺었다.

반대 진영의 확장행보도 만만치 않다. 오션 동맹에 속할 코스코는 지난달 말 1만3600TEU급 컨테이너운반선 6척을 후동중화조선(중국)에 발주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업계는 세계 11위 선사 완하이라인(대만)의 발주 행진에도 주목한다. 최근 1만60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운반선 8척을 HD현대삼호와 삼성중공업에 각각 4척씩 발주한데다 지난 9월에도 HD현대삼호에 79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4척을 발주한 바 있다. 

완화이라인이 발주한 신규 선박은 현재 30척, 30만8339TEU 규모다. 기존 보유한 119척, 52만1631TEU에 추가될 경우 9위인 짐(이스라엘)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싱가포르 해운컨설팅업체 라이너라이티카에 따르면 완하이라인이 하파그로이드, 원과 맺은 선박 공유 계약은 내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태평양 등 원양항로 진출을 추진 중인 완하이라인으로선 선대 확대가 급해졌단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동맹 재편에 따라 선대 확장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로 스타일이 다른 세계 1·2위 엠에스씨와 머스크가 헤어지게 되면서 해운동맹에 변화를 불러왔지만 꼭 그것 때문에 선박 발주를 늘린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호황기였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선사들이 투자여력이 생겼고, 향후 변수를 감안해 거리당 선복을 늘리기 위한 차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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