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기 이어 3분기도 역대 최대 실적
보장성 보험 판매가 호실적으로 이어져
가이드라인 적용되는 연말 결산이 변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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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올 3분기 역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실적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면서 실적에도 1·2분기에 이어 환호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삼성화재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올해 연간 순이익 '2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최근 공표한 IFRS17 가이드라인이 연간 결산에 적용되면 향후 실적은 물론 손보사 순위경쟁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들도 이러한 실적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계약마진(CSM)과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관리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손해보험사 5곳(삼성·DB·메리츠·현대·KB)이 올 3분기까지 거둬들인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한 6조7234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만 놓고 보면 5대 손보사의 순이익은 1조88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늘었다.

각 손보사별로 보면 1조8665억원의 순익을 거둔 삼성화재가 여전히 업계 1위 자리를 사수했다. 3분기 순이익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한 5541억원이었다. 삼성화재는 올해 '연간 순이익 2조원' 돌파를 사실상 확정했다. 그다음으로 △DB손해보험(1조5780억원) △메리츠화재(1조4928억원) △현대해상(1조464억원) △KB손해보험(7400억원) 순이었다.

특히 2위 자리를 놓고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DB손해보험이 메리츠화재를 따돌렸지만 3분기만 보면 메리츠화재(4951억원)가 DB손해보험(4539억원)을 앞질렀다. 4분기 실적에 따라 올해 2위 손보사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적용 이후 분기 연속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며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모두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내년 역시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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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장성 보험 판매 증가가 호실적으로 이어져

손보사들이 호실적을 거둔 데에는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가 주효했다. 보험사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에 손보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분기 실적으로 이어졌다.

실제 삼성화재의 3분기 말 CSM은 14조181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785억원 증가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3분기 말 CSM도 지난해 말보다 각각 1조226억원, 1700억원 늘어난 13조1750억원, 10조6417억원이다. 현대해상의 3분기 말 CSM은 9조3215억원, KB손해보험은 9조3050억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은 부채 항목에 CSM을 쌓은 뒤 이를 매년 일정 비율로 이익으로 반영(상각)한다"며 "CSM 증가를 이끄는 장기보장성 보험이 확대되자 호실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순이익만 놓고 보면 5대 손보사 모두 3분기 실적이 2분기와 비교해 아쉬웠다. 주력 상품 중 하나인 자동차보험 관련 순이익이 줄어든 영향이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순이익은 2분기 470억원에서 3분기 14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자동차 보험료 인하 영향이 쌓인 데다 계절적으로 휴가철과 집중호우·태풍 등이 겹치며 피해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CSM 관리에 집중하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자동차보험 관련 리스크는 아직 존재하는 상황이다"라며 "계절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주력 상품 관리에 더 집중해야 향후 회계 리스크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가이드라인 적용되는 연말 결산이 변수

올해 3분기까지 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연말 결산 땐 실적이 일부 바뀔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IFRS17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험사별로 선택하는 미래 계리가정 모형에 따라 실적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내놓은 무·저해지 해지율 관련 개정 가이드라인을 보면 미래 계리가정에 대해 '로그-선형모형(실무상 수렴점 0.1%)'을 원칙 모형으로 하고 이외에 예외 모형(선형-로그모형 또는 로그-로그모형)을 적용할 경우 현장검사와 함께 대주주 면담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했다.

대다수의 손보사들은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에서 실적충격이 덜한 낙관적 가정(예외모형) 대신 당국의 원칙모형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원칙모형을 채택하겠다고 했고 삼성화재와 DB손보·현대해상도 원칙모형으로 가닥을 잡았다.

원칙모형이 적용되면 손보사의 연간실적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삼성화재는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CSM이 1000억원 내외로 줄어들고 킥스가 1~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화재는 원칙모형을 적용해도 CSM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DB손보와 현대해상, KB손보는 순이익 감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연말 결산이 발표되면 향후 실적들 역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와 더불어 실손보험과 비급여 개편 방안도 장기적으로 보험사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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