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보험·팬 활동 보험 등 다양한 미니보험 출시
테마형 보험으로 MZ세대 잡고 미래 고객 확보
미니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수익성 악화 우려

최근 출시된 교보생명의 독서안심보험. 사진=교보생명.
최근 출시된 교보생명의 독서안심보험. 사진=교보생명.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MZ세대를 잡기 위한 미니보험(소액 단기 보험)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특히 생활양식을 반영한 테마형 미니보험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실용적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고객층의 반응도 뜨겁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틈새 상품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 미래 고객을 확보하고 향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교차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독서 열풍이 불면서 책 읽는 자세 등 생활 습관과 연관된 질병을 보장하는 '교보e독서안심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보험은 1년 만기로 40세 남자 기준 1회 보험료가 1290원 수준이다. 안구·근육·관절 장애와 VDT(비주얼 디스플레이 터미널) 증후군 등 책 읽는 자세와 밀접하게 연관된 질병을 보장해 준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e독서안심보험(무배당)은 독서를 즐기면서 생길 수 있는 질환을 폭넓게 보장해 건강 관리를 돕고, 좋은 독서 습관과 연결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며 "앞으로 문화와 건강을 잇는 새로운 보험 상품을 선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니보험은 보장 범위가 좁고 보장 기간도 1년 내외로 짧은 대신 보험료를 1만원 안팎으로 낮춘 상품이다. 특히 일반적인 보험보다 상품 구조 이해가 쉽고 가입 과정도 간단해 젊은 층들이 많이 찾고 있는 추세다.

대형 보험사 중 미니 보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손해보험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생활 밀착형 미니 보험 플랫폼 '앨리스'를 선보이면서 '미니뇌심보험' '캠핑차박보험' '골프보험' 등 총 16종의 생활 밀착형 미니 보험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팬 활동인 '덕질'을 하며 콘서트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해 사고와 콘서트 티켓·굿즈 등 직거래로 당한 사기를 보장해 주는 '덕밍아웃상해보험'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화재는 지난 7월 삼성금융 통합 애플리케이션 모니모를 통해 온열·한랭질환 진단비, 고압산소요법치료비, 익사사고 사망보장 등 계절에 따른 각종 위험을 보장하는 계절맞춤 미니보험을 선보였으며 삼성생명도 선물을 할 수 있는 보험 콘셉트의 '마음모아 미니독감보험'과 '마음모아 미니생활보험'을 판매 중이다. 

러닝크루 등 운동을 즐기는 MZ세대도 늘면서 운동과 관련된 미니보험도 인기를 얻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운동하러 갈 때부터 올 때까지 보장해 주는 '스마트ON 레저상해보험'을 판매 중이다. 이 보험의 1일 보험료는 946원부터 시작된다. 레저 활동 중 골절로 진단이 확정되는 경우 특약으로 골절 진단비 10만원이 지급된다. 또 자동차, 대중교통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더라도 레저 활동을 갔다 오는 동안 발생한 상해를 보장한다.

신한EZ손해보험도 운동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EZ손보의 레저보험은 △골프 △아웃도어 △자전거 △국내여행 4종으로 나뉘어 있다. 1일 단위로 계약할 수 있으며 평균 보험료는 1200원대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대표 상품인 '해외여행보험'은 가입자가 원하는 보장을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무사고 귀국 시 보험료의 10%를 환급해 주는 '환급 서비스'는 카카오페이손보가 업계 최초로 도입하면서 각광 받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메인 보험 상품 팔 때 끼워팔기로 팔았던 미니보험이 최근 들어 커진 관심으로 인해 관련 시장이 지속 확대 중이다"라며 "다른 보험사들도 미니보험 출시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 하나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캐롯손해보험. 사진=각 사.
카카오페이, 하나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캐롯손해보험. 사진=각 사.

◇ 미니보험, 잠재 고객 잡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

보험사들이 연이어 미니보험을 쏟아내는 이유는 잠재적 고객층이자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MZ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보험 가입자가 점차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보장만 빠르게 가입하고 싶은 MZ세대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선 미니보험이 적합하다는 것.

특히 보험사 입장에서 미니보험은 큰 수익이 되지 않더라도 젊은 신규 고객을 손쉽게 확보하고 향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교차 판매가 가능하다는 장점 등도 있다. 또 각종 플랫폼을 통해 미니보험의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더욱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이에 최근에는 아예 미니보험만 전문으로 파는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미니보험사)가 처음으로 보험업 영위 예비 허가를 받아 출범을 앞두고 있다. 미니보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소액단기전문보험업 제도는 기존 보험업 허가 요건을 대폭 완화한 대신 취급할 수 있는 보험을 미니보험으로 한정했다.

최윤경 KB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출시되고 있는 미니보험은 MZ세대의 디지털 친화적인 활동 반경과 금융 소비 특성에 특화되고 있다"며 "맞춤형 보장 등 MZ세대를 겨냥한 미니보험의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수익성이 없는 미니보험을 유지하면 보험사에는 적자가 쌓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단기보험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 디지털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10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보험사 5곳(캐롯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신한EZ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은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99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630억원)보다 적자 폭이 대폭 확대됐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보험사는 저렴한 가격과 가입 편리성을 차별성으로 내세우며 인바운드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의 디지털 전환이 매출과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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