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관비 줄이고 허리띠 졸라매 수익
'불황형 흑자'에 시장 상황 모니터링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국내 대부분의 카드사가 실적이 개선된 3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카드 이용금액 증가와 비용 효율화에 힘입어 올 3분기까지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벌어들인 카드사들은 연체율까지 개선세를 보이면서 남은 하반기 실적 방어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에도 1위 수성에 성공한 신한카드는 지속적인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통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예정이다.
실적과 연체율 개선으로 카드사들은 잠시 여유를 찾았지만 수익성은 영업이 아닌 비용 절감으로, 건전성은 대출성 자산 확대로 채워지면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카드사들은 남은 하반기 건전성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국내 카드사 8곳의 순익은 총 2조25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5527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신한카드가 여전히 업계 1위를 지켰다. 이어 △삼성카드 5315억원 △국민카드 3704억원 △현대카드 2401억원 △하나카드 1844억원 △우리카드 1402억원 △BC카드 1293억원 △롯데카드 102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카드사 7곳은 같은 기간 대비 순익이 개선됐다. 특히 BC카드는 지난해 3분기 696억원에서 올해 3분기 1293억원으로 순익이 85.8% 상승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뒤이어 하나카드(44.7%), KB국민카드(36.0%), 삼성카드(23.6%), 우리카드(18.7%), 신한카드(17.8%) 등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롯데카드는 8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순익이 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 효과를 제외한 순익(1676억원)과 비교해도 1년 새 38.9% 감소한 수준이다.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일제히 전분기 대비 개선됐다. 삼성카드는 같은 기간 대비 0.06%포인트(p) 하락한 0.93%을 기록하며 카드사 중 유일하게 0%대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현대카드는 0.04%p 하락한 1.03%를, 신한카드는 0.11%p 떨어진 1.33%를 기록했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1.47%, 1.82%로 집계되며 0.33%p, 0.01%p 하락했다. 우리카드는 0.05%p 상승한 1.78%를, KB국민카드는 0.01%p 오른 1.29%로 나타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개선되고 실적은 오르면서 카드사들이 여유를 찾은 상황이다"라며 "내년 초반까지 흐름을 유지하면 개선세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판촉비 절감 등 허리띠 졸라매 호실적
카드사들이 호실적을 거둔 데에는 △영업수익 성장 △판촉비 절감 △트래블·프리미엄 카드 전략 적중 △대출 채권 매각 등의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조달 비용 증가에도 카드 모집인 축소 등 판촉비 절감에 집중한 결과가 실적으로 나타났다.
실제 신한카드의 3분기 누적 수수료 및 기타 영업비용은 1조635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399억원)보다 0.3% 감소했다. KB국민카드 역시 영업비용이 전년 동기보다 0.4% 감소한 1조9785억원으로 집계됐다.
여행 수요 급증과 경기 회복에 따른 트래블·프리미엄 카드 전략도 카드사 실적 방어에 주효했다. 카드사들이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트래블 카드와 VIP 고객 유치에 집중한 프리미엄 카드에 집중하면서 관련 혜택을 챙기려는 소비자들의 카드 발급이 늘었고 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또 카드론이 많이 늘어난 것 역시 3분기 실적 증가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말 기준 4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24조원 수준이었으나 지난달 기준 24조8000억원으로 약 8000억원이 증가했다.
대출채권 매각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개 카드사는 대출채권을 팔아 올해 상반기 기준 1781억원의 매매 이익을 냈다. 카드사별 대출채권 매매 이익 규모는 신한카드 823억원, 우리카드 675억원, KB국민카드 283억원이다.
최근 순익이 급증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및 해외 취급액 증가, 연회비 수익 증가, 모집 및 판촉비 절감 등이 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모집·마케팅 등 주요 영업비용 효율화를 통한 내실성장으로 지난해보다 당기순이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불황형 흑자'에 건전성 개선 집중
이자 비용 등의 지출은 늘었지만 카드사들의 실적은 개선되자 일각에선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를 줄이는 등 '불황형 흑자'란 분석도 나온다. 비용 절감과 대환대출 과정에서 발생한 건전성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것.
특히 고금리 시기 조달한 자금에 대한 이자 비용은 여전히 부담이다. 신한·삼성·KB국민카드의 3분기 이자 비용은 1조754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634억원) 대비 12.2% 늘었다. 특히 신한카드의 이자 비용은 지난해 3분기 6887억원에서 올해 3분기 7781억원으로 13%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의 이자 비용은 5135억원에서 5966억원으로 16.2% 증가했다.
또 일부 카드사는 연체율이 개선됐으나 연체율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3분기 기준 연체율은 우리카드를 제외하고 전 분기보다 개선되거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카드(1.82%)였다. 뒤이어 △우리카드(1.78%) △신한카드(1.33%) △KB국민카드(1.29%) △삼성카드( 0.94%)순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3분기까지 카드사들이 비용효율화와 대출 취급 확대 전략을 통해 실적이 개선됐다"며 "여전채 금리가 언제 다시 오를지 모르는 만큼 금리 추이에 세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순이익 성장세가 본업인 카드 매출보다 카드론 등 대출 서비스의 기여가 컸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이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카드사의 주 수입원인 가맹점 수수료도 사실상 인하가 전망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남은 하반기 건전성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카드사 관계자도 "각 카드사별로 대출자산에 대한 연체율 관리 강화 및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해 나갈 예정이다"라며 "건전성 변화에 대한 방어역량을 지속 강화해 놓은 상황으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