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노르웨이서 젬백스 인수 후 ‘췌장암 치료제’ 상용화 못이뤄내
GV1001 이용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나 '난관'
관계사 포니링크 통해 자율주행 사업 진출도 문어발 경영 싸늘 시선

지난 6월 포니링크는 KG모빌리티, 포니에이아이 등과 렌터카, 택시, 버스의 자율주행 시스템 공동개발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포니링크
지난 6월 포니링크는 KG모빌리티, 포니에이아이 등과 렌터카, 택시, 버스의 자율주행 시스템 공동개발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포니링크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젬백스&카엘(이하 젬백스)이 최근 항암백신 GV1001을 활용해 알츠하이머와 진행성핵상마비(PSP, 파킨슨증후군)의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해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젬백스는 지난 2008년부터 GV1001를 활용해 췌장암 치료제 개발을 시도해왔으나 아직 상용화하지 못해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만큼 우려도 큰 상황이다. 

여기에 관계사인 포니링크(옛 젬백스링크)를 통해 자율주행 사업에도 진출했지만 문어발 확장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 2008년 노르웨이서 ‘GV1001’ 라이선스 취득…십수년 지났으나 ‘상용화’는 아직

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젬백스는 현재 GV1001를 활용한 알츠하이머와 PSP 치료제 개발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2차전지 전도사’로 불리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과 그의 배우자가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계획을 밝혀 젬백스에 대한 관심은 더 뜨겁다.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경우 국내 라이선스아웃(판매권)을 획득한 삼성제약을 통해 지난 3월 국내3상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계획을 승인받았다. 또한 지난 4월 미국에서 임상2상을 위한 환자모집을 완료하는 등 미국 및 유럽 7개국에서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2상 임상시험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또한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 투약을 모두 완료하고 그 결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PSP 치료제 역시 국내 2a상 임상 시험을 완료했으며,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제7회 대만 파킨슨병 및 운동장애 국제대회‘에서 톱라인 결과를 담은 포스터를 발표했다. 향후 국내 2상 연장 임상시험과 해외 2상 임상시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젬백스의 이번 신약 개발을 두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젬백스가 오랜 기간 준비해온 췌장암 치료제조차 17년 가까이 상용화하지 못해서다.

젬백스는 지난 2008년 덴마크 소재 법인 팜멕사(Pharmexa AS)로부터 노르웨이 소재 법인인 젬백스(GEMVAX AS)의 지분을 100% 인수하며 항암백신인 GV1001를 '획득'해 당시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젬백스는 해당기업을 사들여 이미 임상1·2상을 통과한 GV1001를 이용한 췌장암 치료제를 손에 넣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젬백스가 임상 3상만 성공한다면 빠른 시일 내 신약 생산 및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해당 치료제의 국내 라이선스아웃을 가진 삼성제약에서 국내 신약 허가신청 및 상용화를 검토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진 해당 치료제의 상용화를 이루지는 못했다. 결국 지난 17년 동안 젬백스에 투자했던 많은 개미들이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이번 알츠하이머와 PSP 치료제 개발 역시 신약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거나, 임상시험에 실패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젬백스 관계자는 “현재 치료제에 대한 국내외 임상시험은 순조롭게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약개발은 전임상으로부터 시작해 임상 1상, 2상, 3상에 걸친 장기적 투자를 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사업이지만, 성공을 거두었을 때는 금전적 이득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값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라고 부연했다.

◇ 관계사 ‘포니링크’ 통해 자율주행 사업도 진출…문어발 사업 확장 우려도

일부에서는 젬백스가 관계사인 포니링크를 통해 자율주행 사업에 진출하는 것에도 우려를 표했다. 자율주행은 신약 개발과 관계없는 사업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분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포니링크는 지난 5월 보유하고 있던 권면총액 17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199억원에 매각해, 자율주행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 6일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를 포니링크 회장으로 선임했으며, 사업용 자율주행 시스템 적용 차량 공동개발을 위해 KG모빌리티, 포니에이아이 등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문제는 포니링크의 경우 지난 2022년부터 3년째 적자를 겪고 있는 기업으로, 새로운 신사업 추진을 위해선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연결 기준 포니링크의 손실은 지난 2022년 12억원, 2023년 93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208억원으로 전년 동기(62억원) 대비 적자 폭이 3배 이상 늘어났다.

따라서 포니링크의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젬백스는 지난 5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2일에도 젬백스는 CB를 통해 포니링크에 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려고 했으나, 해당 투자는 현재 철회된 상황이다.

젬백스 역시 신약 개발 및 바이오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익원은 바이오사업을 영위하기 전에 케미컬 필터(Chemical FiIter)에서만 실적을 거두고 있으나, 이마저도 매출 성장 정체로 지난 2021년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연결 기준 젬백스의 영업손실은 지난 2021년 36억원, 2022년 39억원, 2023년 79억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302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러한 영업손실 확대가 포니링크의 투자 계획을 철회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의 경우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이다”라며 “자율주행 사업 역시 현재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젬백스 관계자는 “계열사에서 독립경영을 하고 있으며, 미래 유망 사업인 자율주행 사업으로 신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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