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마이TV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사진=오마이TV 영상 캡처
8일 오마이TV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사진=오마이TV 영상 캡처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한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두문불출하던 윤 대통령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 영장 2차 집행을 앞두고 관저를 떠나 제3의 장소로 도피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야당의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8일 오마이뉴스TV가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이날 오후 12시53분쯤 경호처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 3~4명과 관저로 올라가는 도로를 따라 입구 쪽으로 내려와 진입이 차단된 구역까지 이동했다. 이곳은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와 경찰 등 수십 명이 진입했다가, 경호처 등의 '인간 띠'에 가로막힌, 이른바 '3차 저지선'이 구축됐던 곳이다.

영상 속 윤 대통령으로 추정된 인물은 팔을 양옆으로 펼치며 말하고, 손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키며 대화하기도 했다. 또 동행한 남성들과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관저로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동행했던 남성들은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먼 거리에서 촬영된 영상인 만큼, 얼굴은 정확하게 식별되지 않았다. 다만 다리를 넓게 벌리고 걷는 등 걸음걸이와 몸짓으로 미뤄봤을 때 윤 대통령과 흡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관저에서 칩거를 이어갔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등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수사기관의 출석 요청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지난 3일 공수처가 약 150명을 동원해 5시간여 동안 영장 집행에 나설 때도 윤 대통령을 찾아볼 순 없었다. 이에 지난달 8일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뒤 관련 수사는 한 달째 공전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는 데다 영장이 관할 지역인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청구된 만큼,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상 속 인물이 윤 대통령이 맞다면 이는 공수처와 경찰의 2차 체포 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직접 대비 태세 점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착되면서 야당이 제기한 '도피설'은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도 이날 언론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관저에 계신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도피설에 대해 부인했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해 공조수사본부 차원의 영장 2차 집행 시도가 초읽기에 들어간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경찰 기동대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2025.1.8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해 공조수사본부 차원의 영장 2차 집행 시도가 초읽기에 들어간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경찰 기동대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2025.1.8 사진=연합뉴스

공수처는 조만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2차 집행에 나설 예정이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대통령경호처의 방어벽이 한층 더 두꺼워졌기 때문이다. 관저는 '차벽'과 '철조망' 등으로 요새화됐다. 외곽 산길 등은 1차 집행 당시 경찰이 우회했던 길을 차단하려는 듯 대형 철조망이 세워졌다. 관저 경호는 경찰 소환 조사에 불응하고 있는 박종준 경호처장이 공관 구역에 있는 경호처장 관사에 머물며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의 방어벽이 높아지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가 어려워지자, 경찰은 서울경찰청 산하 대테러부대인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물리적 충돌로 자칫 유혈사태까지 번질 시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가 관할지역인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영장 또는 사전 구속영장 등을 청구하면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변호사는 "기소하거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 재판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무효인 체포영장에 의해 진행되는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공수처 수사권이 없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고 사전영장 청구가 불법이라는 것도 변함없다"며 "관할이 없는 서부지법에 영장이 청구되면 그 부분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분명히 공수처 관할은 중앙(지법)"이라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출석 여부는 법원 출석 일자나 기관이 정해지고, 영장이 어느 법원에 청구되는지에 따라 경호·신변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 말하겠다"면서 "더 이상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공무원 희생을 막아야 해 사법기관에서 진행하는 절차에 응한다는 것이다. 선의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오마이뉴스(오마이TV)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관저 일대를 촬영해 보도했다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관저 일대는 현직 대통령이자 국가 원수가 거주하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서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보안시설이며 무단으로 촬영 시 관련 법령에 의거해 처벌될 수 있다"면서 "고발 조치와 함께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향후 이와 같은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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