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적자 해결 위해 실손보험 개혁 추진
보험료 인상 악순환 막고 필수 의료 강화
의료계와 환자단체, 보장성 축소 우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정부가 매년 2조원 내외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개혁에 돌입했다. 의료계의 과잉 진료와 일부 소비자의 무분별한 의료 쇼핑으로 인해 보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자 비중증·비급여에 대한 보장을 줄이고 보험 가입자(환자)의 본인부담률을 크게 올리는 내용의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안'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혁안에 담긴 중증질환 보장 강화와 1세대·초기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계약 재매입 추진 등의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자기부담금이 오르고 보장한도가 축소돼 보편적 가입자들의 혜택이 감소한 부분은 아쉽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이번 개혁안이 보험사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의사단체의 주장도 나오면서 모든 합의가 도출된 결과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개혁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혁안에는 도수치료 등 불필요한 비중증 비급여 의료행위 일부를 '관리급여(가칭)'로 편입해 본인부담률을 높이고 중증 위주로만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번에 공개된 실손보험 개혁안에 따르면 앞으로 출시될 5세대 실손보험은 '중증 질병·상해'와 '비중증'을 구분해 보상한도, 자기부담 등을 차등화한다. 중증 비급여는 실손보험이 사회 안전망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한도, 자기부담 등 현행 보장을 유지하지만 비중증 비급여는 보장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축소하고 자기부담률을 기존 30%에서 50%까지 확대한다.
또 급여 의료비는 일반질환자 자기 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중증질환자 급여 의료비는 최저 자기 부담률인 20%만 적용한다. 임신·출산 급여 의료비 신규 보장에 대해서도 추가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용·성형 등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급여 진료를 함께 하면 급여 진료도 모두 본인이 비급여로 부담하게 하는 '병행 진료 급여 제한'도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보험금 지급 분쟁이 빈번한 주요 비급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기준을 신설하고 주요 비급여를 지속 수정·보완하는 연동 기준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새로운 과잉 비중증 비급여 출현 시 분쟁조정 기준으로 지속 추가할 예정이다.
특히 약관 변경 조항이 없는 1세대 및 초기 2세대 실손보험 계약 1582만건에 대해서는 10대 주요 비급여 심사 기준을 동일 적용하는 방안과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의 계약 전환이 어렵다면 법 개정을 통해 초기 실손보험의 약관 변경을 가능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적정한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취지다"라면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안된 의견을 수렴해 의료개혁 2차 실행안을 마련할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위해 개혁 필수적
정부는 이번 개혁안 추진 이유에 대해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가격을 통제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필수 의료를 강화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실손보험은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로 인해 보험료가 인상되고 일반 보험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으면서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매년 제기됐다.
특히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으로 환자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비용이나 시행 건수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점과 급여와 달리 가격과 진료 기준들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보험업계 역시 과도하게 청구되는 보험금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이번 개혁안을 통해 의료계의 과잉 진료와 소비자의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근절하고 수조원에 달하는 실손보험 적자가 줄어들길 기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와 보험업계는 의료 체계 정상화를 위해서 의료계도 문제로 지적하는 과잉 남용 비급여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시스템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를 과도하게 보상하고 건강보험 급여에 대한 본인 부담 기능을 저해해 의료 남용을 초래한 측면이 있는 실손보험에 대해서도 필요한 보장은 유지하되 의료 남용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과감한 상품 구조 및 관리 체계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의료계·환자단체, 보장성 축소 우려
다만 이번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일각에선 보장 개념과 정의가 불분명한 데다 가격 관리 정책이나 의료수가 구조 개선 등이 동반되지 않고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의료계와 환자단체들 역시 문제가 된 비급여가 과잉·남용 진료가 맞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과 실손보험 개혁안이 보험사의 이익만 대변하고 환자 보장성은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정부가 비급여에 대한 실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가격 관리를 위해 가격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도 "비급여 원가를 확인해 공시하고 원가 정보가 쌓이면 이를 기준으로 한 권장가격을 만들어 소비자가 알게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고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사단체도 이번 개편안을 주도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해 의료수가 구조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사들이 아닌 정부가 비급여를 만들고 실손보험을 만들었다"며 "원가 보상을 먼저 해놓고 실손 관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환자단체 역시 이번 정부 개혁안이 보험회사의 이익만 대변한다며 보장성 축소를 우려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해 비중증 과잉 비급여를 축소하면 안 된다"며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이 확대된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우려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개혁안이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와 '의료체계 정상화'라는 점을 강조하며 보장성 축소 우려에 대해서 나온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