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언한 기자] "반도체 개발 정보가 이렇게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곳은 한국밖에 없어요."
최근 만난 반도체 기업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디지타임스와 같은 대만 언론이 자국 기업에 유리한 내용을 중점 보도하는 것과 달리 한국 언론은 기업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정보를 노출한다는 것이다.
'○나노 공정 수율 저조'와 같은 기사는 해외 언론의 먹잇감이 되고, 이는 잠재 고객사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자는 정보력을 과시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은 정보 접근의 벽이 높다. 수율 같은 민감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는 '당신 회사에 대해 이만큼 알고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내부 정보 공개에는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고대역폭메모라(HBM)를 만든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귀 기울인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반도체 산업 중요성에 비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쉬운 것은 반도체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성과 부진이다.
"삼성과는 안 합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지난 12월 발간한 자서전 출판 행사에서 그는 "과거에도 삼성과의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 매출 세계 1위 삼성전자가 외면받는 현실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모리스 창의 자서전 출판 행사에 앞서 삼성전자는 HBM의 로직다이(베이스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TSMC와 손잡을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었다.
삼성전자는 전환점에 서 있다. 올해는 TSMC와의 2나노 공정 경쟁이 본격화된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큰 손'을 잡기 위해 '미국통'인 한진만 부사장을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에 승진 임명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TSMC를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실적인 의견이다.
TSMC는 애플의 2나노 칩을 생산하고, 이는 아이폰에 탑재된다. 대규모 양산인만큼 충분한 '레슨앤런'을 통해 수율을 높이기 수월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적은 물량을 수주해서는 수율을 빨리 높이기 어렵다. 여러모로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한국의 언론사는 삼성전자의 신기술에 대해 기대 섞인 기사를 쏟아낸다. 그리고 삼성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는 현상은 되풀이된다.
7나노, 5나노. 우리는 삼성전자와 TSMC간 미세공정 경쟁을 긴박감을 느끼며 지켜봤었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한발 빨리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는 자긍심에 도취된 한국인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점이 위기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의 그늘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