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사법 리스크 시달릴 듯…주총 '가시밭길' 전망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지난 11일 오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지난 11일 오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오는 25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김정태 회장의 뒤를 이어 하나금융그룹을 이끌어 갈 함영주 부회장이 DLF 징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일단 회장으로 취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임기 3년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전체 이미지의 타격은 물론 외국인 주주비율이 67%에 이르는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데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전날인 14일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규모가 막대하고,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한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다”라며 “임원진은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DLF 상품 886건을 판매하면서 투자자에게 상품의 위험도를 충분히 안내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인정했다. 이렇게 판매된 상품의 가입금액만 1837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함 부회장 등 경영진이 준법감시인 제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일부 내규는 실효성이 없는 상태로 방치하는 등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2020년 3월 5일 하나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 제재와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행장을 맡고 있던 함 부회장은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남은 임기를 채울수 있지만 그 이후엔 3년간 금융권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다.

하나은행과 함 부회장 측은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도 신청했지만 결국 1심에서 패소했다.

하나금융은 DLF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오는 25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의결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징계처분의 효력 정지 기간을 ‘1심 판결 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로 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아니어서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있는 점도 고려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주총소집공고 관련 정정공시를 내고 “판결에 대해 항소 예정”이라며 “기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까지이므로 본 판결에도 불구하고 (함영주) 후보자가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앞으로 2~3년간 하나금융에는 CEO 리스크가 상존하는 셈이다.

앞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함 부회장을 단독 회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금감원 징계와 관련, 가처분 신청에 따른 법원의 결정으로 그 징계의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므로 현 상황은 후보자가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당초 면밀한 법률검토를 거친 뒤 재판 결과에 따른 사법 리스크를 고려해서 함 부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던 만큼 회장 선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지난 11일 보고서를 내고 함 부회장과 관련된 재판과 제재 사실이 지배구조 실패를 가리킨다며 그의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작년 말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 보유율은 67.5% 수준으로 과반을 차지한다.

경제개혁연대도 판결 전 논평을 내고 “함 부회장은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적격성이 없다”며 “하나금융지주는 함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철회해야 하고 안건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은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은 입장문에서 “그동안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적·절차적 부당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손님 피해 회복을 위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모두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응해 왔음에도 은행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 분석 검토 후 밝힐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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