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해외사업 통해 경영능력 입증할 듯
디엑스앤브이엑스, 상페 막는 데 집중 관측도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한미약품 제공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한미약품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 승계구도가 사실상 ‘제로베이스’로 돌아갔다.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으며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돼 온 장남 임종윤 대표와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모두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게 되면서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승계구도와 임종윤 대표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임종윤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임 대표의 임기는 이달까지였다.

임 대표는 고 임성기 전 회장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지난 2005년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동사장(이사회 의장)을 거쳐 2009년 한미약품 이사로 선임됐다. 2010년 한미약품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자 고 임 전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을 맡았다. 이번에 대표에서 내려오면 12년 만에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직에서 자진 사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는 임 전 회장의 배우자이자 임 대표·임주현 사장의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된다.

한미약품측은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의 사외이사 보다 사내이사가 더 많은 부분을 해소해 선진화된 ESG경영 체제를 갖추면서도, 송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해 책임경영도 구현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야 어쨌든 그룹의 차기 후계 구도는 안개 속으로 빠진 모양새다.

삼남매의 지분 보유량에서도 우위를 가릴 수 없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11.65%를, 임 대표는 7.88%를 각각 보유중이다. 임 대표의 동생인 임주현·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각각 지분 8.82%·8.41%를 가지고 있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임 대표가 지분을 처분하면서 두 동생들보다도 보유량이 줄어들었다.

결국 삼남매 모두 경영승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송 회장의 의중과 판단에 따라 후계자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남매 모두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사장 역할은 그대로 맡아, 이곳에서 경영 능력을 발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관심이 모이는 건 이번에 대표직에서 물러난 임 대표의 행보다. 임 대표는 그전까지 해오던 대로 한미약품 사장으로,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의 경영능력을 증명하고 백신 등 해외 연구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임 대표는 여전히 한미약품 등기이사로 남아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도 그대로 한다”면서 “현재 지주회사에 대한 전략적 개편 및 신규 해외사업 전략 조정 진행 중이다. 이 작업 끝나면 어떤 부분을 맡을지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가 지난해 최대주주에 오른 바이오 업체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전 캔서롭)의 실적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상장폐지 심사를 앞두고 있다. 2019년부터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수익성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37억원으로 ,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임 대표는 지난해 12월 디엑스앤브이엑스의 사내이사에 오르는 등 회사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 권고를 받은 후, 올해 11월 22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임 대표가 이 기간 동안 개선계획 이행 방안을 짜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 대표가 한미약품 사장으로 글로벌 신사업을 모색하겠지만, 디엑스앤브이엑스 경영 정상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부터 이사진을 임 대표의 최측근 배치하며 공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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