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4월 7~10일 공연...전승현·유동직·임세경·신상근 등 출연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주세페 베르디의 숨겨진 역작 ‘아틸라(Attila)’가 드디어 한국 관객을 만난다.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60주년을 맞아 오페라 ‘아틸라’를 오는 4월 7일(목)부터 4월 10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아틸라’는 오페라의 거인 베르디의 아홉번째 작품이다. 로마 사극의 엄숙함과 전쟁의 잔혹함이 담긴 대작이다. 1846년 베네치아 페니체 극장에서 세계 초연된 후 무려 176년 만에 한국에서도 공연된다.
베르디가 활동한 1840~50년대 당시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베르디는 조국 이탈리아 독립의 염원을 담아 ‘나부코’ ‘돈 카를로’ ‘일 트로바토레’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등 여러 작품을 작곡했다. ‘아틸라’ 역시 이탈리아 국민들의 조국 통일과 독립의 염원을 한층 끌어올린 오페라다.
‘아틸라’는 5세기 중반 유럽을 침략했던 훈족의 왕 아틸라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아틸라는 군대를 이끌고 현재의 프랑스까지 진격했으며 서로마 황제 벨렌티니아누스 3세를 수도에서 몰아내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인물이다. 당시 동서로 분리돼 있던 로마제국 중 동로마는 아틸라에게 무릎을 꿇었고 서로마로 확장해나가는 아틸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 베르디의 숨겨진 역작...베이스 아틸라·바리톤 에치오 저음대결 불꽃
이번 작품은 이러한 아틸라의 침략에 대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아틸라의 군대가 이탈리아 북부 아퀼레이아를 침략하고 그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오다벨라는 자신의 연인인 포레스토와 함께 아틸라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의도적으로 아틸라에게 접근한 오다벨라의 의도를 모른채 아틸라는 그녀에게 청혼을 하고 로마로 진군하려고 하지만 오다벨라의 칼에 찔려 최후를 맞이한다.
이민족의 침입에 대항했던 이탈리아의 역사를 다루는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으로 이탈리아 초연 당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베이스 아틸라’와 ‘바리톤 에치오’ 간의 저음 이중창이 유명하다. ‘당신은 세계를 가지시오, 나는 이탈리아를 가지리라’는 위엄과 호방함이 드러나는 노래는 작품 전체의 스케일을 짐작케 한다. 또한 오페라에서는 드물게 진취적인 여성상이 돋보이는 오다벨라의 아리아 ‘오, 구름 속으로 도망가리’도 눈길을 끈다.
◇ 세계적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젊은 거장 지휘자 발레리오 갈리의 만남
역사적인 초연을 위해 세계 정상급 제작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연출은 세계적인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가 맡아 웅장한 무대를 선보인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인 마리오 델 모나코의 아들이다.
1965년 이탈리아 시라쿠사에서 ‘삼손과 데릴라’ 연출로 데뷔 후 독일 울름극장,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을 거쳐 독일 카셀극장·본극장, 프랑스 니스오페라극장의 극장장을 역임하며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연출한 ‘서부의 아가씨’ ‘나비부인’ ‘운명의 힘’ 등으로 호평 받았으며, 이 작품들은 영상으로 제작돼 한국을 포함한 세계 영화관에서 상영된 바 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그의 조력자로 알려진 스페인 마드리드 라자르수엘라 극장 극장장인 호세 프란시스코 카레레스 산토와 함께 팀을 이뤄 최고의 미장센을 선사한다.
지휘는 젊은 거장 발레리오 갈리가 맡는다. 2007년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토스카’로 데뷔 후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유려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관객들을 장엄한 역사의 한 장면으로 안내한다.
◇ ‘살아있는 아틸라’ 베이스 전승현·밀도 높은 연기의 소프라노 임세경 등 출연
아틸라 역은 베이스 전승현과 박준혁이 맡아 기대를 모은다. 특히 전승현은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로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데뷔해 화제를 모았으며 오랜 세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 캄머쟁어(Kammersanger·궁정가수) 작위를 수여받은 정상급 성아가다. 거대한 체구의 강렬한 인상으로 유럽 무대에서 ‘아틸라 전’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살아있는 아틸라’를 연기한다.
에치오 역은 바리톤 유동직과 이승왕이, 오다벨라 역은 소프라노 임세경과 이윤정이 맡았다. 소프라노 임세경은 폭발적인 성량과 밀도 높은 연기로 세계무대를 휩쓸고 있는 정상급 가수다. 2015년 빈국립극장 ‘나비부인’·베로나 아레나 ‘아이다’, 그리고 2017년 빈국립극장 ‘토스카’로 세계무대의 스타로 급부상했다. 포레스토 역은 테너 신상근과 정의근이 맡아 열연한다. 올디노 역은 테너 구태환, 레오네 역은 베이스 나한유가 맡는다.
◇ 국립오페라단 60주년 기념 ‘국내 초연 시리즈’ 첫번째 작품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되지 못했던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고자 베르디 ‘아틸라’에 이어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6월 2~5일)를 연이어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의 국내 초연 시리즈는 새로운 작품에 목말라있던 오페라 애호가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국립오페라단만이 도전할 수 있는 대작을 선보여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이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장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온라인을 통해 유료(2만원)로도 선보인다. 오는 4월 9일(토) 오후 3시 공연은 국립오페라단 온라인스트리밍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를 통해서 랜선 관객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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