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의 초강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고유가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셋째주 기준 배럴당 20.06달러로, 전주(24.2달러)보다 4.14달러 떨어졌다. 지난 3월 넷째주 역대 최고치인 배럴당 13.87달러를 기록한 이후 8주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과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보여주는 지표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제마진은 올 초(배럴당 5.9달러)와 비교해 3배 이상 급등했다. 손익분기점과 비교해도 4배 이상 앞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 및 정제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딘 데다 석유제품 수요 회복 기대에 힙입어 배럴당 13달러 이상이라는 강세가 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높은 정제마진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정유사의 공장이 100%에 가깝게 가동되고 있다고 보인다"며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가 끝날 때까지는 정제마진의 초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정제마진 강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 이익 증가 덕분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역대 분기 최대 규모인 1조64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7045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에쓰오일도 1조33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GS칼텍스도 영업이익 1조812억원을 기록,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다만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결과적으로 정유사에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3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06.65달러로 연초(1월3일 76.88달러)와 비교해 30달러가량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가 길어지면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 수요가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유가가 오른 만큼 이를 판매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시장 수요가 뒷밤침되지 못하면 이는 정유사들의 실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