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수장들, 개방적 소통으로 조직 분위기 탈바꿈
상품 기획부터 채용 프로세스까지 MZ세대가 전면 주도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진=롯데그룹 제공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진=롯데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나는 샘 킴이나 김상현님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롯데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가 된 김상현 부회장은 취임 직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월부터 롯데 유통군은 직급 대신 ‘이름+님’을 활용한 호칭을 도입했다.

김 부회장은 계열사 직원들과 ‘렛츠(Let’s) 샘물’이라는 명칭의 티 미팅을 한 달에 2~3회 진행 중이다. 김 부회장의 영어 이름(샘)을 따 ‘샘에게 물어보세요’라는 뜻을 담은 캐주얼 미팅이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자신의 초임 팀장 시절 성공과 실패 경험을 나누며 직원들과 소통한다. 

김 부회장 외에도 롯데쇼핑 수장들도 개방적인 소통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회사 인트라넷에 대표 직속 게시판인 ‘주노 뭐하지’를 만들고,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 대표는 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에서 최대 1000명의 임직원들이 회사의 비전과 의견을 나누는 ‘타운 홀’ 미팅도 수시로 연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역시 임원실이나 팀장 자리를 찾아 실무자들로부터 업무를 보고받고, 스탠딩 미팅을 한다.

롯데쇼핑이 외부에서 수혈된 대표들을 중심으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역할 중심의 수평적인 조직구조로 탈바꿈해야만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주문에 따라 변화를 꾀함으로써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 상반기 신입사원 모집(메타버스 메인 화면). 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백화점 상반기 신입사원 모집(메타버스 메인 화면). 사진=롯데쇼핑 제공

◇A부터 Z까지 MZ세대에게 맡겼다

롯데쇼핑의 조직문화 변화는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시장에서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 소비자 공략을 위해 취향을 잘 아는 MZ세대 직원들이 상품을 기획하고,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롯데슈퍼에서는 MZ세대로만 구성된 ‘아이템전략팀’과 MZ세대 상품기획 전문가(MD)들이 주축이 돼 상품을 기획·개발하고 있다.

팀장까지 MZ세대로 구성된 아이템전략팀은 매주·매월마다 최신 트렌드를 분석하고, 신상품을 빠르게 도입해 MZ세대 소비자들을 공략 중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헬시 플레져’(큰 힘 안 들이고 즐길 수 있는 건강의 행복을 지향) 트렌드를 반영한 누들 샐러드 ‘분짜 곤약면’와 탄산감을 강화시킨 ‘오늘, 막걸리 한잔하세요’(오·막·하·세)다. 

롯데마트도 젊은 MZ세대 MD들이 활약하고 있다. 자체 피자전문매장 ‘치즈앤도우’가 대표 사례다.

치즈앤도우 전점을 관리하고 피자 메뉴를 기획하고 있는 사람은 20대의 유창 롯데마트 그로서런트팀 MD(상품기획자)다. 유MD는 “피자 하면 ‘롯데마트 치즈앤도우 피자’를 바로 떠올릴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MZ세대 직원의 활약은 신입과 경력사원 채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채용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하고 ‘직무 전문가 육성’을 키워드로 오는 29일 오후 6시까지 신입사원 채용에 나선다.

이에 맞춰 기존 ‘채용 연계형 인턴 전형’을 ‘포텐셜(Potential) 전형’으로 변경하고, 저연차 경력직을 선발하기 위한 ‘커리어(Career) 전형’을 신설했다.

주도적인 MZ세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채용 프로세스도 전면 리뉴얼했다. 기존에는 실무 10년차 이상의 간부 사원들만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데 반해, 이번 채용에는 실무 3~5년차의 MZ세대 사원들도 면접관으로 참여한다.

같은 MZ세대의 시각에서 유통업계에 대한 이해와 열정을 지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커리어(Career) 전형의 경우 기존에 비공개로 진행하던 경력직 채용 프로세스를 공개 전형으로 전환했다. 특정 직무별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수시로 채용해 필요한 직무에 바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고연차의 경력직도 채용 리드타임을 최소화하고 직무에 최적화된 전문가를 선발한다. 기존 인사팀 주도의 채용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인재가 필요한 현업 부서 주도의 채용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종환 롯데백화점 HR부문장은 “롯데백화점의 미래를 이끌 MZ세대 인재를 선발하고,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채용 프로세스를 개편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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