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당권’ 놓고 권력 다툼 조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터컨티넨탈 만찬장에서 열린 고려인협회 만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터컨티넨탈 만찬장에서 열린 고려인협회 만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7일 당내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자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한 데 대해 "러시아 역성드는 발언들을 많이 하고 계셔서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분개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는 제가 와 있는데 한국에 계신 분들이 대한민국 정부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 그분들이 외교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본인을 향한 비판이 오히려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정진석 의원은 전날(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향해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정 의원은 “정부와 청와대(대통령실)의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난색이었는데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 하는 수없이 외교부가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면서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하는 외교 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대표는 "저는 대한민국 외교부와 정부 입장을 숙지하고 그 범주 내에서 활동 중인데, 한국에서는 러시아 역성드는 이야기만 나오니 의아하다"면서 "우리의 유일한 동맹 미국의 입장도 러시아 역성 들자는 것 보다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메시지를 내는 것일텐데 다들 자중하시라"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행으로 표면화된 당내 갈등은 사실상 '당권'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이 대표는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위원회가 열리고 있어 이 대표의 조기 퇴진론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다. 당대표가 윤리위에 회부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진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로 결정한 배경엔 당 안팎에서 불거진 조기 퇴진론을 의식하고 존재감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내 갈등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 "언론은 항상 무슨 정책 관련 보도보다 당내 내분이나 싸움에 좀 더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면서 “권력 다툼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와 연대는 필요하고, 앞으로 외교나 안보, 국방 관련 사항에 대해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핵관과 이 대표 간 갈등 양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논란이 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