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28년 만에 0.75%p 인상…한미간 금리차 '0'에 빅스텝 가능성 고조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4%를 넘은 물가상승률이 5%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해야 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종전 0.75~1.00%에서 1.50~1.75%로 올랐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연준의 이번 '자이언트 스텝'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 오르며 높은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8.6%의 상승률은 지난 1981년 12월 이후 40년 5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수치다.
연준의 결정으로 다음달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75%로 미국과의 금리 차는 '0'이다.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자본의 해외 유출, 원화 약세 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공개된 5월 금통위 회의록에서도 다수의 금통위 위원들은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나타내며 금통위원 5명 중 4명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 위원은 "수출·제조업 주도의 생산활동 증가가 고용과 가계소득의 회복세로 이어지는 모습이 확인되는 데다,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 수요압력이 가세해 물가 오름세가 확산하는 중이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른 위원도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겠으나 글로벌 총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만큼 향후 기준금리의 인상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하면서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줄곧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0일 한국은행 창립 72주년 기념사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총재는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예상치가 2.25~2.5%로 높아진 것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 2/4분기 GDP, 연준의 FOMC 결과 등을 참고한 후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5.4%를 기록했고 이달 연준이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김상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최소 추가 1차례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과 지난 2018년 한미 최종금리 역전 폭이 75bp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도 1차례 50bp 인상과 연말 2.50% 기준금리 도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보다 늦은 봉쇄조치 해제로 인한 물가 피크, 고용·소비 둔화 시점의 미국과 시차를 감안할 때 빅스텝을 통한 물가 안정 노력이 3분기 중에는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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