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또다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공격 태세로 전환했다. 최근 일정을 최소화하는 등 ‘침묵 모드’를 지켜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당 윤리위원회의 심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황 속 이 대표와 윤핵관 간 신경전이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핵관이 당 윤리위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윤핵관이 윤리위) 뒤에 있는진 모르겠지만 '윤리위가 이러고 있는 김에 우리가 하자'라고 누가 판단할 수도 있다”면서 “연관관계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지만, 까마귀가 날았는데 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의 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징계 절차가 시작된 뒤 혁신위원회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에도 사적으로 간 것 마냥 공격이 들어온다”면서 “소위 윤핵관이라는 세력 쪽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게 명백하지 않는가”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 여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드러난 것만 보기에는 전혀 그런 징후가 없다, ‘대통령께서 당무에 개입한 징후가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면서 “다선 의원들도 있고 한데 소위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원의 중립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윤리위에서 징계 절차를 개시한 뒤 이양희 위원장을 포함한 어떤 윤리위원에게도 연락한 적이 없다”며 “대부분 윤리위원은 언론인과 접촉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익명의 윤리위원으로 인터뷰한 게 많아 언론인들에게 대충 물어보니 ‘한두 명이 다하고 계신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에 대한 윤리위의 판단과 관련해선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것은 넓게 해석할 수 있다”며 “형사적인 문제가 없어도 이런 큰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면, 앞으로 정치하는 분들은 상대되는 사람의 사회적 이미지를 하락시킨 뒤 그것을 거꾸로 명분 삼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공식 석상에서 침묵을 이어왔다. 언론과 개별 인터뷰를 잡긴 했지만, 일정을 최소한으로 줄였으며,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모두발언을 생략하기도 했다.
침묵을 깬 이 대표가 윤핵관으로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하자, 친윤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최고위원은 "해야 할 말만 하시라"며 응수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이 그 누구도 아닌 20대의 본인과 싸우고 있는 걸 온 국민이 다 안다"며 "'안 했다. 물의 빚어 송구하다' 이 열 자의 말, 스스로가 확신을 갖고 했다면 간단히 해결됐을 일을 대체 몇 달째인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횡설수설로 시간 흘려보내기에 이번 한 주는 그를 믿고 지지했던 많은 이들에게 너무나 아쉽고 또 가혹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배 최고위원이 언급한 ‘20대의 본인’은 이 대표가 2013년 7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 윤리위는 오는 7일 이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에 나선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제명 등 네 가지로 나뉜다. 9명의 위원 가운데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위원의 과반이 동의하면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징계가 결정될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징계가 결정되더라도 재심을 청구하거나, 최고위 의결을 통해 징계를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어 윤리위의 판단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