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자 처우에만 경도돼 돌봄서비스 중단되기도"
"공공성 확보 등 역할 확대 위해선 노조 협조 절실"
"돌봄노동자 임금 개선, 좌우 살피며 단계적 접근해야"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가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가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국민에게 돈을 살포하는 게 복지가 아니다. 초점을 사회적약자에게 맞춰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복지다."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사원 사무실에서 진행된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복지 국가의 지향점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황 대표는 "사회나 정부의 지원 없이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누구나 상식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황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4년 10월까지다. 그는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서사원의 공공성 확보에 힘써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기 내 돌봄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근로자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다만 서사원이 목적에 맞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정부의 대폭적인 예산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추진한 복지사업이고, 중앙정부에서도 의욕 있게 착수하지 않았나"라면서 "쥐꼬리만도 못한 예산 지원으로 복지사업이자 중앙정부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효율적으로,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가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가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다음은 황 대표와의 일문일답.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답하기에 방대하고 난해한 문제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졌을 때가 있었나 싶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우리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에 목말라 있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바이러스와 전쟁 등으로 전 세계가 위기 상황에 놓였다. 사회적 약자들이 더 큰 고통에 직면할 수도 있는 만큼, 공공돌봄기관의 수장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고자 한다.”

▶취임 약 8개월이 지났다. '돌봄24'를 강조했는데

“돌봄24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24시간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과, 취임과 함께 제시했던 청사진을 오는 2024년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실천하겠다는 의미다. 지속가능한 돌봄노동을 위한 여러 일을 진행 중이다. 근로자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음성인식기 보급, 감정치유를 위한 숲힐링프로그램 운영, 찾아가는 심리상담체계 구축, 어린이집 영유아 건강점검을 위한 안과의사 정기검진 등이다. 또한 2024년 시행을 목표로 호봉제 실시, 촉탁기간 5년 연장, 2인1조 케어의 일반화, 민간이 기피하는 서비스 확대 등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잠시 중단됐지만, 현장근로자들과 철학·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두 달간 직접 대면 소통을 해왔다.”

▶오세훈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서사원의 역할이 더 커질 것 같은데

“사회서비스원 지원 및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를 보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전문성 그리고 투명성을 높여 사회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대로 운영된다면 역할이 커질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례로 장애인 돌봄을 위해서는 24시간 근무체계가 필요한데 서사원은 ‘9 to 6’(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체계다. 장애인에겐 24시간 돌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초과·휴일·야간 근무를 하려면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거부 시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약자와 동행할 수 있는 틀이나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 5월에도 이같은 이유로 중증 와상 장애인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종사자 처우 개선에만 경도된 나머지 나타난 결과로, 서사원 입장에서도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서사원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노조의 협조가 필요한데, 여의치가 않은 상황이다. 법과 설립의 취지에 맞는 구조·운영체계를 갖췄을 때 서사원의 역할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가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가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 서사원의 사업범위가 상당히 넓은데, 예산은 충분한가

“충분하지 않다. 특히 예산의 지원 구조가 매우 부적절하다. 2022년도 서울시 출연금은 180억원, 정부지원예산은 8억5000만원으로 전체 예산에 5% 미만이다. 정부 지원은 매우 미미하고 미약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추진한 복지사업이고, 중앙정부에서도 의욕 있게 착수했다. 쥐꼬리만도 못한 예산 지원으로 복지사업이자 중앙정부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효율적으로,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다. 

전국에 있는 국공립 민간을 포함한 어린이집은 모두 3만3000여곳으로, 서울에는 5000여곳이 있다. 재가센터와 주야간보호시설을 합하면 전국은 2만여곳, 서울은 3000여곳이다. 서사원의 어린이집 비율은 전국의 0.02%, 서울의 0.14%다. 재가센터 및 주야간보호시설은 전국의 0.06%, 서울의 0.45%다. 비중이 너무 미미하고 초라하다. 최소한 10%는 돼야 민간 모델이 되고, 법의 취지에 따라 국민의 복지증진에도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구조로는 서울시 출연금 400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2022년도 서울시 20개 출연기관의 총 출연금이 58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 ‘어불성설’이다. 취지에 맞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대폭적인 예산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임금·근무 환경과 관련해 돌봄 노동자들과 갈등을 겪었는데

“갈등이라기보다는 취임 초기에 병가제도, 월급제 등과 관련해서 불합리한 부분을 지적했다. 아직 개선되지는 않았다. 근로자 처우문제는 보는 입장과 시각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전체 산업의 임금근로자 중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생각하면 많이 부족하고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서사원과 민간기관, 다른 지역의 사회서비스원 종사자와 비교하면 열악하다고만 할 순 없다. 오히려 월급제와 정규직이라는 유일무이한 위치와 조건을 갖고 있다. ‘돌봄업계의 삼성’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요양보호사와 활동지원사는 모두 61만여명, 서울에는 10만여명이 있다. 이 가운데 300분 정도가 서사원에 소속돼 있다. 물론 전체 임금노동자와 비교하면 처우나 임금 수준의 개선 여지가 있다. 다만 급하게 실현하려 하다 보면 돌봄시장에서의 임금교란이 일어날 수 있고, 그 피해는 오롯이 민간 돌봄서비스를 받는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좌우를 살피며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접근해 나가야 한다.” 

▶복지 국가의 지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누구나 상식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어야 한다. 사회나 정부의 지원 없이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돈을 살포하는 게 복지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가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복지이고, 복지 정책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점을 사회적 약자에게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는 2024년 임기까지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돌봄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한다. 파출부나 하인으로 취급하는 사회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근로자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각인시켜 자리매김하게 해주고 싶다. 초심을 잃지 않고 3년 동안 서사원의 공공성 확보에 힘써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힘쓰겠다.”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가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가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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