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CB 누적 발행규모 1250만주 기발행주식보다 많아
새 주인 블리스팩 자본잠식 상태…자금조달 여력 크지 않아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코스닥 상장사 에프앤리퍼블릭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발행주식과 맞먹는 신주로 인해, 향후 이를 투자한 사모펀드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또한 급격히 늘어난 신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주가가치가 크게 훼손될 위험이 있다.
4일 IB업계에 따르면 에프앤리퍼블릭은 지난 30일 제3자 출자방식으로 비파인1호조합을 통해 CB 150억원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전환가액은 3824원으로 전환주식수는 392만2594주다. 이는 기발행주식(1098만9409주) 대비 35.69%에 달한다. 에프앤리퍼블릭은 유통·마케팅 플랫폼 기업으로 코스메틱 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 화장품 유통·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다. 주요 매출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마스크팩 등의 화장품 상품 매출이다.
비파인1호조합은 투자일임업을 하는 위드보에셋이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사모펀드다. 같은 날 위드보에셋은 카이엔1호조합을 통해 유상증자 대금 103억원을 납부한다고 공시했다. 신주량은 600만주이며, 신주 공모가액은 1718원이다.
이에 앞서 에프앤리퍼블릭은 지난해에도 60억원 CB를 발행했으며, 소피아1호조합이 전량 인수했다. 최근 리픽싱 가액 기준 전환물량(258만7322주)은 기발행주식총수 대비 23.54%에 달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CB물량이 모두 신주로 전환될 경우 발행주식수는 2349만9325주로 늘어난다. 현재보다 주식물량이 2배 이상 늘어나고, 사모펀드의 지분율도 50%를 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오는 31일부터 에프앤리퍼블릭의 새 주인이 되는 블리스팩의 경영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최대주주인 에프앤코스메딕스와 특수관계인은 지난 7일 보유지분 12.74%(140만주)를 블리스팩과 그 특수관계인인 윈파트너스에 70억원에 넘기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7일 에프앤리퍼블릭의 전략적투자자(SI)였던 제이준코스메틱도 보유지분 103만주를 오벨리스크투자조합(53만주, 4.82%)과 율리시즈1호투자조합(50만주, 4.55%)에 50억원 매각했다. 사실상 에프앤리퍼블릭의 기존 주주들이 만성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경영권을 포기한 셈이다.
새 주인인 블리스팩도 현재 만성 적자로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말 기준 블리스팩의 자본총계는 -63억85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경영권 인수 이후 사모펀드가 CB 전량을 신주로 전환한다면, 현재로선 경영권을 고스란히 빼길 위험이 큰 상황이다.
더욱이 에프앤리퍼블릭의 만성적자로 인해 주가 방어에도 취약한 상황이다. 에프앤리퍼블릭은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2019년 228억원, 2020년 134억원, 2021년 79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모펀드로 인한 경영권마저 흔들린다면, 주가 역시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