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개선 뽀족한 해결책 없어 또 관리종목 지정 우려
제이준코스메틱과의 소송으로 주사업 화장품 매출도 흔들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베노홀딩스가 새 주인을 찾는 데 난항을 겪던 에프앤리퍼블릭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하지만 계속된 손실로 겹겹이 쌓인 에프앤리퍼블릭의 악재는 풀어야 할 숙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베노홀딩스는 지난달 24일 기존 최대주주인 에프앤코스메딕스와 경영권 양수도를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잔금납입일은 오는 29일이며, 총 양도주식수는 107만8516주다. 주당 5000원씩 모두 54억원의 대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베노홀딩스와 라미쿠스 등 특수관계인은 두차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에프앤리퍼블릭 지분율을 35.09%로 늘릴 계획이다.
베노홀딩스는 실내건축업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스팩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최근 반도체 설계기업인 다믈멀티미디어의 매각에 성공하며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이번 에프앤리퍼블릭 인수자금은 다믈멀티미디 매각으로 얻은 수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프앤리퍼블릭의 경우 중국 사드 보복과 코로나19로 인해 주사업인 화장품 유통·판매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지난 2021년 관리종목으로도 지정됐다. 올해도 막대한 당기순손실로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처해있다. 또한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으로 주사업의 영업권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베노홀딩스의 에프앤리퍼블릭 인수를 두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 계속된 손실로 ‘관리종목’ 지정 우려…소송으로 주사업도 흔들
에프앤리퍼블릭은 주로 중국에 화장품을 유통 판매하는 기업이다. 지난 2017년 제이준코스메틱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제이준코스메틱은 생산을, 에프앤리퍼블릭은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중국 사드 보복으로 인한 수출 제한과 연이어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9년 223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20년 125억원, 2021년 92억원, 2022년 3분기 누적 기준 1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2021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사업연도에서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인세 차감 전 계속 사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에프앤리퍼블릭의 경우 2019년과 2020년 각각 –394.6%와 –161.7%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해 이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에프앤리퍼블릭은 2021년 10대1의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또한 같은해 자회사인 제이준코스메틱의 지분을 이도헬스케어에 248억원에 양도했다. 제이준코스메틱 지분 매각에 따른 140억원의 매각 차익으로 지난해 관리종목 지정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올해까지 계속된 영업손실로 또다시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봉착했다. 3분기 연결 기준 자기자본은 73억원이나 법인세 차감 전 계속 사업손실은 53억원이다. 이는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수치로, 현재로선 관리종목 지정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제이준코스메틱과 대금 지급 분쟁이 발생해 주사업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지난해 8월 에프앤리퍼블릭을 상대로 법원에 미지급한 외상매출금채권 28억원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에프앤리퍼블릭의 현재 주요매출은 화장품(14.6%)과 의류잡화(85.4%) 유통이다. 이중 화장품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이준코스메틱의 제품 매입 금액은 71억원으로, 약 96% 이상 제이준코스메틱의 생산 제품을 납품받은 후 유통 판매해 수익을 남기고 있다. 따라서 이번 분쟁으로 주사업 중 하나인 화장품 유통·판매 활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제이준코스메틱도 에프앤리퍼블릭과 관계 정리에 나섰다. 올해 1월 12일을 시작으로 3월 6일까지 164차례에 걸쳐, 회사가 보유한 에프앤리퍼블릭의 주식을 장내매도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제이준코스메틱은 에프앤리퍼블릭의 지분 9.37%을 보유했으나 0.07%까지 줄였다. 이번 매각으로 약 23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제이준코스메틱과 에프앤리퍼블릭 간 소송으로 한차례 경영권 양도 계약이 불발되기도 했다. 에프앤코스메딕스는 지난해 9월 블리스팩에 에프앤리퍼블릭의 경영권을 위임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으나 양사간 소송으로 인해 결국 한달 만에 계약이 철회됐다.
◇ 베노홀딩스, 관리종목 해소 등 해결 숙제 산더미
다행히 에프앤리퍼블릭의 새 대주주인 베노홀딩스의 경우 다믈멀티미디어의 매각으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베노홀딩스와 라미쿠스는 자신이 보유한 다믈멀티미디어의 지분 300만주를 주당 1만원씩 300억원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베노홀딩스와 라미쿠스는 약 98억원과 14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남은 지분도 모두 1만원 이상 매각할 경우 두기업이 거둔 시세차익은 2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현금 보유량 덕분에 그간 미뤄졌던 유상증자 계획도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베노홀딩스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지난달 제3자 배정 유증에 참여해 에프앤리퍼블릭에 97억원의 투자금을 납입했다. 내달에도 제3자 배정 유증을 통해 166억원의 자금이 조달된다. 또한 전환사채(CB)를 통해서도 25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베노홀딩스 및 투자자 역시 에프앤리퍼블릭이 상장 폐지되지 않는 한 아직은 투자수익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두 차례의 신주 발행가격은 각각 1422원과 1630원이다. 에프앤코스메딕스에 주당 5000원씩 프리미엄을 붙여 매수한 것을 고려해도, 투자자들의 주당 평균 매입단가는 1753원이다. 현재 에프앤리퍼블릭의 주가는 2100원대로, 블리스팩 때와 같이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납입을 유예하는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프앤리퍼블릭이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경영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주력사업이었던 화장품 부문에서도 당분간 큰 이익을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에프앤리퍼블릭은 지난달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피난사다리 제조 및 도소매업 △전기 경보 및 신호장치 제조업 △건축자재 판매업 △건축 공사업 △친환경 기능성 도료, 원료, 신소재 제조 및 판매업 △기타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도매업 △1차 금속제품 도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는 새 대주주인 베노홀딩스와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유예없이 정상적으로 투자금이 유입된다면 관리종목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 정상화를 위한 매출 개선 없이는 또다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우려가 크다. 앞서 언급한 신사업 추진 역시 단기간 내 의미있는 실적을 내기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관리종목 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과거와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무상감자 등과 같은 경영조치도 함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투자 피해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세부적인 계획이 언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베노홀딩스와 에프앤리퍼블릭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를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