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번째 치료제·백신 동시 보유국
먹는 치료제 개발은 아직…잇따른 개발 포기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과 관련 연구개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과 관련 연구개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15일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유입된 지 어느덧 1000일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놨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췄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제약사들은 너도나도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실제로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가만 띄운 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포기를 선언한 것은 제약 산업의 암(暗)으로 남았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선언과 잇따른 포기

2020년 1월 20일, 국내에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오자 얼마 되지 않아 제약사들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잇달아 선언했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승인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로 식약처로부터 임상을 승인받은 국내 기업은 현재까지 25곳이다.

세부적으로 △셀트리온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 △제넥신 △녹십자 △대웅제약 △뉴지랩테라퓨틱스 △동화약품 △이뮨메드 △녹십자웰빙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텔콘알에프제약 △진원생명과학 △아미코젠파마 △제넨셀 △대원제약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일동제약 △샤페론 △에이피알지 △비엘 등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한 기업들까지 하면 30여 곳에 이른다.

정부도 국내 기업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지원 사격을 했다. 정부가 지난해까지 2년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3000억원대다.

국내 기업들의 치료제 개발 선언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제약바이오종목들이 포함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코로나19 첫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2835.14에서 같은 해 12월말 5517.31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 셀트리온 '렉키로나'. 사진=셀트리온 제공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 셀트리온 '렉키로나'. 사진=셀트리온 제공

하지만 셀트리온이 ‘렉키로나’ 이후 성공 사례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는 지난해 2월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다만, 렉키로나는 주사제 특성상, 팍스로비드 등 글로벌 제약사의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등장으로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국내에서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임상을 포기하는 기업들만 늘고 있는 형국이다.

일양약품, 부광약품,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제넥신, 종근당, 큐리언트 등이 공식적으로 치료제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임상을 아직 중단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환자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임상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기업도 상당수다.

결국 이같이 대대적인 치료제 개발 선언은 제약 산업의 신뢰를 오히려 깎아먹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포기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돌입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일양약품은 주식거래로 손실을 입은 일부 주주들이 지난해 5월 고소장을 접수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연구 결과를 부풀려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포기하는 기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백신 접종이 이뤄질 만큼 이뤄져 조건에 맞는 환자모집이 어려운데다, 엔데믹 전환으로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첫 국산 백신의 등장…SK바사 ‘스카이코비원’

고무적인 점은 첫 토종 백신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백신 개발에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큐라티스 △HK이노엔 △아이진 △에스티팜 등 9곳이 뛰어들었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6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품목허가를 최종 획득했다.

스카이코비원은 면역반응 강화 및 높은 수준의 중화항체 유도를 위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증강제 AS03이 적용된 백신이다. 독감이나 B형 간염 백신 등 다양한 백신 제조에 활용하는 합성항원(유전자재조합) 방식의 백신으로, 안전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초 스카이코비원 개발을 시작해 불과 2년 여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정부·기관·민간의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 연구개발 역량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 짧은 시간에 이같은 백신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개발은 기초체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에 현실적인 신약개발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카이코비원은 지난달 5일 국내에서 첫 접종이 이뤄졌으며, 지난달 19일부터 3~4차 접종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스카이코비원은 해외로 뻗어나갈 채비도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에 스카이코비원의 긴급사용목록(EUL) 등재를 위한 신청을 완료했다.

한국은 스카이코비원 개발로, 치료제와 백신을 동시에 개발한 세 번째 나라가 됐다. 자체 기술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영국, 한국뿐이다.

◇제약사 도전은 ‘현재 진행형’

포기하지 않고 치료제 개발 완주에 도전하는 기업들도 있다. 일동제약은 시오노기제약과 함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의 상업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오노기제약 발표에 따르면 조코바는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만족했다.

시오노기제약은 일본과 한국, 베트남에서 진행된 임상 3상에서 경증·중등증 환자 1821명을 대상으로 가짜약(위약)과 조코바의 효과를 확인했다. 주요 평가지표는 코로나19의 다섯가지 증상인 코막힘과 콧물, 인후통, 기침, 피로감 등이다.

그 결과 조코바를 투여할 경우 코로나19 증상이 해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 이상 앞당겨지는 등 통계적으로 유의한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냈다. 증상이 사라지는 시간은 조코바 투여군에서 167.9시간, 위약 투여군에서 192.2시간이었다. 또 사망이나 심각한 부작용 등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3상 결과에서 유효성을 확보한 만큼 한동안 이어져온 조코바의 일본 긴급사용승인 논의도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7월 조코바 긴급사용승인 결정을 뒤로 미루면서 향후 3상 결과 발표를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에서 긴급사용승인이 이뤄지면 국내에서도 조코바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코바가 국내에서 승인을 받으면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머크의 라게브리오에 이어 세 번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된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에 대한 글로벌 임상3상을 추진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임상3상을 신청해 같은해 8월 말 승인을 받았고, 영국에서는 올해 1월 임상3상을 신청해 3월에 승인받았다.

이어, 칠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에서 잇달아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3상을 승인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7일 폴란드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글로벌 3상 추진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신풍제약은 이들 6개국에서 1420명 규모로, 시험대상자를 모집중이다.

샤페론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샤페론이 코로나19 폐렴 치료제로 개발중인 ‘누세핀’은 현재 글로벌 임상 2b·3상을 진행 중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에 대해서는 지난 4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현재 미국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제넨셀은 현재 다국가 형태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ES16001’의 임상 2·3상을 진행 중이다. ES16001은 국내 자생 식물 담팔수의 잎에서 추출한 신소재 기반의 신약후보물질이다.

지난 8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ES16001의 인도 2·3상 임상시험계획을 인도 의약품관리국(DCGI)으로부터 승인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임상 2·3상 승인을 획득했으며, 한국, 인도 외에도 유럽, 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섣불리 제약사들이 백신,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성과도 확실히 있었다”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서 현재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경쟁력도 많이 올라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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