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2022년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투자 저력을 보여주는 한 해였다.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국산 첫 코로나19 백신이 나왔으며, 세계 최대 시장이자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신약도 등장했다. 기업 인수(M&A) 등을 통해 기업들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졌다.
◇첫 국산 백신의 등장…SK바사 ‘스카이코비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6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스카이코비원 품목 허가로 한국은 영국과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모두를 보유한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스카이코비원은 국산 35번째 신약이기도 하다.
스카이코비원은 면역반응 강화 및 높은 수준의 중화항체 유도를 위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증강제 AS03이 적용된 백신이다. 독감이나 B형 간염 백신 등 다양한 백신 제조에 활용하는 합성항원(유전자재조합) 방식의 백신으로, 안전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초 스카이코비원 개발을 시작해 불과 2년 여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정부·기관·민간의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 연구개발 역량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 짧은 시간에 백신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개발은 기초체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에 현실적인 신약개발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MHR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조건부 허가(CMA)를 신청했다. 지난 9월에는 WHO(세계보건기구) 긴급사용목록(EUL) 등재를 신청했다.
◇국산 신약 36호부터 FDA 승인 신약까지
올해는 스카이코비원에 이어 국산 36번째 신약도 등장했다. ‘국산 신약 36호’의 주인공은 대웅제약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30일 SGLT-2 저해제 기전의 당뇨병 신약 ‘엔블로정0.3밀리그램’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 제약사가 SGLT-2 저해제를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GLT-2 저해제는 신장(콩팥)의 근위세뇨관에 존재하면서 포도당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SGLT-2 수송체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포도당을 직접 소변으로 배출시킴으로써 혈당을 떨어뜨리는 기전의 약이다.
엔블로는 임상 3상에서 기존 SGLT2 저해제의 30분의 1 이하에 불과한 0.3mg만으로 동등한 약효를 증명해냈다.
대웅제약은 국내 시장 출시를 위해 엔블로정의 급여 및 약가 관련 절차를 진행해 단일제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메트포르민 복합제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내년 하반기 출시한다는 목표다.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약도 나왔다. 바로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다. 국산 신약이 미국 FDA 허들을 넘은 것은 이번이 6번째다.
2019년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가 FDA 승인을 받은 지 3년 만에 미국 진출에 성공한 신약이 나온 것이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2012년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이하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한 바이오신약으로, 호중구감소증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쓰인다.
호중구 감소증이란 혈액 내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몸에 침범했을 때 세균을 파괴하고 방어하는 역할을 하는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감소된 것을 말한다. 감염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된다. FDA 실사를 통과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롤론티스는 지난 10월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투자로 경쟁력 높인다…‘빅딜’ 잇달아
올해는 R&D 투자 뿐 아니라 M&A도 어느 때보다 활발한 한 해였다. 특히 소규모 딜만 있었던 이전과 달리 미국 상장사 인수 등 ‘빅딜’이 잇달았다.
LG화학은 지난 10월 미국 신약개발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이하 아베오) 지분 100%를 5억6600만 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국내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는 첫 사례다. LG화학의 설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딜이기도 하다.
아베오는 200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톤에 설립, 임상개발·허가·영업·마케팅 등 항암시장에 특화된 기업으로, 2010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지난해 신장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의 FDA 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인수합병은 LG화학이 보유 자산 등을 활용해 미국 보스톤 소재 생명과학 자회사인 LG CBL에 인수자금을 출자하고, 이후 LG CBL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신규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수는 내년 초께 마무리 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수혜로 현금을 두둑이 쌓은 에스디바이오센서도 지난 7월부터 미국 체외진단 기업이자 나스닥 상장사인 메리디안바이오사이언스(이하 메리디안)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가는 약 2조원이다.
인수는 인수파트너사인 SJL 파트너스와 함께 미국 법인에 출자를 하고 해당 미국법인 자회사가 메리디안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수는 내년 초께 마무리 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도 미국 상장사를 인수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2일 개최된 뉴로보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존에 확보한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이하 뉴로보) 지분 65.5%의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주주에 올라섰으며, 뉴로보는 동아에스티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앞서 지난 9월 동아에스티와 뉴로보는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및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에 따라 동아에스티는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2종 기술수출 계약금 2200만 달러(약 280억원)를 전환우선주로 취득했으며, 뉴로보에 15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 4월 바이오젠이 갖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지분을 전량 사들였다. 이로써 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계약금액은 총 23억 달러(약 3조원)로, 이중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억 달러를 납부했다. 나머지 13억 달러는 계약시점부터 2년간 분할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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