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외국인 주택투기 기획조사 결과 및 대응 방안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외국인 주택투기 기획조사 결과 및 대응 방안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지현 기자] # 30대 외국인 A씨는 경남 일대를 돌며 16억원을 들여 아파트·다세대주택 19채를 싹쓸이했다. 가계약금은 대부분 한국인 남편이 지불했다. 하지만 A씨 부부는 자금 출처를 대라는 당국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 50대 외국인 B씨는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42억원에 사들였다. 그는 수차례 외국을 오가며 매입자금 8억4000만원을 반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화 반입 신고 기록은 없었다. 

# 외국인 C씨는 남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서 38억원을 빌려서 서울 아파트를 샀다. 편법증여가 의심되지만 이들은 증여세는 물론 1가구 2주택 중과세도 물지 않았다. 외국인에 대한 가족 구성 정보 파악이 취약한 실정을 악용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8일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외국인 거래 1145건을 골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 411건(36%)에서 567건의 위법의심행위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의 외국인 부동산 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내국인은 각종 대출 규제를 받는 반면, 외국인은 본국 은행에서 대출받아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어 역차별 논란과 함께 외국인이 국내에서 아파트 투기를 일삼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정부가 작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이뤄진 외국인 주택거래 2만38건 중 투기가 의심되는 1145건을 선별해 조사를 벌인 결과 다양한 위법의심사례가 드러난 것이다. 

관련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토지, 오피스텔, 상가 거래로 기획조사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모든 부동산 분야에 있어 외국인 불법 투기거래를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적발된 위법의심행위 중 해외자금 불법반입 의심사례가 121건으로 가장 많았다.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을 들여오면서 신고하지 않거나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부동산 취득 자금을 불법 반입하는 이른바 '환치기'를 이용한 경우다. 

비트코인 등 해외에서 산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 팔아 부동산 취득 자금을 만드는 '가상자산 연계 환치기'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방문 동거 비자(F1)로 들어와서 임대사업을 한 사례는 57건 적발됐다. 

한국인이지만 외국 국적인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의 사례를 포함, 부모-자식, 법인-법인대표 등 특수관계인 사이 편법 증여 의심 사례는 30건 나왔다.

위법의심행위를 국적별로 분석한 결과 중국인이 314건(55.4%)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 104건(18.3%), 캐나다인 35건(6.2%) 순이었다. 미국·캐나다인 중에는 검은머리 외국인이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위법의심행위의 74.2%(421건)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위법의심행위가 185건(32.6%)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71건(30.2%), 인천 65건(11.5%) 등이었다.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한 외국인을 법무부·관세청·경찰청·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수사와 과태료 처분 등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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