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로 한전채 금리도 6% 육박…자금경색 우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순영 기자]한국전력이 작년보다 더 많이 전력을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적자는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전채 금리는 6%에 육박하면서 자금경색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한전의 '8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력 판매량은 37만854GWh(기가와트시)로 작년 같은 기간(35만6693GWh)에 비해 4.0% 증가했다.

연간 전력 판매량은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2019년 1.1%와 2020년 2.2% 각각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4.7% 증가하며 반등했으며, 올해 전력 판매량도 4∼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도별로 보면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작년보다 3.1% 증가한 19만9520GWh였다. 코로나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공장 가동이 늘어난 영향이다.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으로 자영업자 등이 사용하는 일반용 전력 판매량은 8만6381GWh로 7.9% 증가했다. 주택용 전력 판매량은 5만4946GWh로 1.6% 늘었다.

전력판매량 증가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력도매가격(SMP)이 치솟고 있다. 이로 인해 한전의 올해 연간 적자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일평균 1KWh당 SMP는 지난 13일 270.24원(육지 가중 평균치 기준)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에 세운 기존 최고 기록(269.98원)을 2일 만에 경신했다.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한때는 SMP가 1KWh당 300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전 9시 기준 SMP는 359.50원까지 치솟았고 24일 오전 10시에도 304.83원까지 올랐다.

SMP는 지난 2월 올해 처음으로 200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12일부터는 줄곧 200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겨울 SMP가 30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반면 한전이 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하는 단가는 전력 구매 가격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의 1∼8월 1KWh당 전력 구입단가는 144.9원인 데 반해 판매단가는 116.4원에 그쳤다. 1KWh의 전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마다 28.5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전력 구입단가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KWh당 50원 올랐지만 판매단가는 7.9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한전이 올해 들어 전기요금을 1KWh당 약 20원까지 인상했음에도 손실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움에 처했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로 현금 유입이 끊기자 올해 들어서만 23조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전채는 우량채권으로 분류되는 데다 금리도 높아 자금시장의 '블랙홀'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전으로서는 회사채 발행 외에 마땅한 자금조달책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6%에 육박하는 한전채 금리에도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유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기준 3년 만기 한전채의 금리는 5.701%에 달했다.

지난 17일에도 한전은 연 5.75%와 연 5.9% 금리를 제시하고 총 4000억원 규모의 2~3년물 채권을 발행하려 했으나 1200억원어치는 유찰됐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적자 규모가 30조원을 넘어 4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업계에선 전기요금 추가 인상과 정부 자금 지원 등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물가 상승으로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