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설, 드릴 말씀 없다" 말 아끼나 약관 유출로 기정사실
신한·삼성과 점유율 경쟁…아이폰 이용자 고객화 '돌파구'
"국내 NFC 가맹점 확보 험난, 고객 락인 효과 사라질수도"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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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애플페이가 다음달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애플페이 관련 이용약관이 유출됐던 현대카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 간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한국시장에 상륙할 것이라는 소문은 끊임없이 나돌았다. 그때마다 현대카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2일에도 회사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지난달 초 이미 애플페이 관련 설명이 포함된 현대카드의 이용약관이 유출됐다. 이때도 카드사 측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소문은 더욱 커졌다. 

최근엔 현대카드가 오픈페이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출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픈페이보다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과 시장 안착에 주력하려는게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오픈페이는 카드사 결제 플랫폼에서 다른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은행의 '오픈뱅킹'과 유사하다.

현재 여신금융협회를 주축으로 △신한카드 △국민카드 △하나카드 △BC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우리카드 등이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거나, 이미 개발을 마쳤다.

이들은 오픈페이를 통해 빅테크(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와 경쟁하고, 한편으로는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와 점유율 경쟁을 하고 있는 현대카드로서도 오픈페이는 모객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8월 기준 17.5%의 점유율(개인 신용판매 기준)로 신한카드(22%), 삼성카드(19.9%)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오픈페이에 당장 참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애플페이로 쏠리고 있다. 애플페이의 시장 진출을 통해 아이폰 이용자를 고객으로 전환하려는게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애플페이가 국내로 진출하면,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NFC 가맹점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미미한 수준으로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현대카드가 기존 가맹점에 NFC 단말기를 보급하고 추가 가맹점을 확보하는데 들어갈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비용 대비 만족할 만한 수익,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물가, 고금리에 영향으로 카드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 확보 속도나 수익이 예상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애플페이가 현대 외 제휴카드사를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라며 "만약 그렇게 되면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로 얻게 되는 고객 '락인 효과'가 희미해지는 셈이다"라고 짚었다. 

다른 전망도 물론 있다. 현재 아이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4%를 넘겼고, 특히 MZ세대에서는 절반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애플페이, 현대카드 협업 효과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NFC 단말기가 설치된 가맹점들은 대부분 바코드 결제를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업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단말기 숫자는 적을지 몰라도 결제 건수가 적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아이폰 선호도가 충분히 높고, 그동안 한국만 애플페이가 안됐다는 점에서 충분한 소구력은 있다"라며 "현대카드도 이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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