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8일 첫 출시 인정…"자세한 사항, 추후 공지"
정태영 부회장, SNS에 사과 줄곧 업로드…"진출 자축"
타 카드 "논의 시기상조", 고객 "기존 서비스 불편 無"

사진=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을 공식화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 이용자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늘려갈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전날 "애플과 협업해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공지하겠다"라는 짧은 입장문을 냈다.

현대카드는 그간 애플페이 진출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그러나 회사의 입장과 달리 정태영 부회장은 SNS에 애플을 연상할 수 있는 사과 사진을 두 차례 업로드하며 애플페이에 대한 궁금증만 높여왔다. 

게다가 지난 6일엔 현대카드 본사 로비에 사과를 쌓아놓은 사진까지 올리며 "혼자 먹기엔 겨울철 사과 맛이 너무 좋아서"라는 글을 남겼다. 업계에선 사과 맛보다는 애플페이 국내 상륙을 자축하는 게시물이 아니냐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애플페이 진출에 힘을 보탠 것은 이보다 앞서 나온 금융위원회(금융위)의 발표였다. 금융위는 지난 3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령과, 법령해석 등을 고려해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관련 절차 등을 준수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와 독점 계약을 통해 단독 출시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금융위 심사 과정에서 독점 계약이 아닌 우선 계약으로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다른 카드사들이 진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대카드가 선점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통 카드를 결제하면 가맹점은 카드사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한다. 카드사는 이중 일부를 다시 밴(VAN)사에 지불하는데, 그동안 애플페이가 국내에 진출하지 못했던 이유는 애플이 별도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요구했기 때문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카드사로서는 비용을 더 내서 도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을 성사시킨 배경엔 이러한 부담을 견뎌서라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다는 공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예상처럼 애플페이가 다음달 초 국내 출시된다면, 현대카드는 무엇보다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 아이폰 이용자를 고객으로 모으는데 주력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 과정에서 애플과 협업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의 등장도 기대해볼 수도 있다. 

다만, 현대카드의 선점효과가 사라진 후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에 뛰어 들지는 미지수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NFC 단말기를 가맹점에 설치해야 한다. 설치 과정에는 비용이 들어가는데, 다른 카드사들은 이를 굳이 부담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고객 편의성이 높아지고 수익이 늘 것이라는데도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을 논의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라며 "현재로선 진입 이후의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 외엔 없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줄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짚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이 84%, 애플이 13%다. 삼성의 점유율은 2021년 4분기 67%에서 △2022년 1분기 77% △2022년 2분기 77%로 매 분기 증가했다. 

반면 애플은 이 기간 32%에서 21%로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진입한 후 아이폰 이용자의 충성도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늘려갈 것이라고 점쳐지는 만큼 2022년 4분기 이후 아이폰 점유율이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 고객들이 기출시된 페이 서비스에 대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삼성페이 외에도 카카오, 토스 등에선 이미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신한, KB 등 카드사들도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한 아이폰 이용자는 "삼성페이 외에도 카카오페이에 카드를 등록하고 쓰고 있는 중이다"라며 "다른 페이를 추가로 더 쓰는 건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이용자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모 카드사의 간편결제 서비스 화면도 따로 보여줬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국내에 진출한다고 해서 갑자기 판도가 뒤바뀐다거나 기존 서비스의 이용률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애플페이의 진입은 어떻게든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주목할 만 이슈임에는 틀림없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그러나 고객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이폰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경우 애플페이에 충분히 호기심을 가질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카드로 계속 결제를 해왔거나 기존 간편결제 방식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경우, 이때 소구력은 미미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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