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야심차게 정책 내놨지만 시행은 힘들어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보험정책들이 내년으로 미뤄지거나 별다른 성과없이 공회전 중이다. 당초 금융위원회가 올해 10월 시행하려 했던 빅테크 등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각 업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내년 상반기 시행도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칼을 뽑아들고 나선 ‘보험사기와의 전쟁’에 나서며 힘을 실었지만 올해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시절 공약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 걸음 중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상품 비교·추천을 가능케 하는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출범이 보험사와 보험대리점 업계 그리고 빅테크 및 핀테크 등 사이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빅테크의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는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중지된 상태다. 금융당국은 빅테크 업계의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중개’ 행위로 규정했고, 빅테크의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소지를 해소하라고 지시했다. 금소법에 따라 중개를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보험업법 시행령상 플랫폼 업체들은 보험상품의 중개업자 등록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올해 8월 23일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어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핀테크들의 예금·보험·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심의했다.
각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늦어도 올해 안에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행하려 했지만 각 업계의 의견을 모으는데 실패했고, 결국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조차 내놓치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지금의 속도라면 내년 상반기도 출범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한 의지가 담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올해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생명·손해보험 업계, 경찰과 함께 손잡고 ‘보험사기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는 등 보험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적극적인 수사 및 적발에 나섰다. 금감원은 올해 초 백내장 수술에 이어 홀인원보험, 요양병원 암 환자 과잉진료 등의 보험사기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당국의 의지와는 달리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 발의된 보험사기 알선 행위 처벌 강화 등이 담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11건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정무위는 총 63개의 법안을 상정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 때도 8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였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역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병원이 환자 진료내역 등을 전자문서 형태로 중개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보내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09년 국민권익위가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13년째 표류 중이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법안이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대선공약 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 없이 제자리에 멈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디지털, 보험사기와 관련한 다양한 보험정책들이 나왔지만, 사실상 제대로 시행된 제도는 없었다”며 “특히, 정권교체와 금융당국의 수장이 교체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역부족이였고, 대부분의 정책 시행이 내년을 미뤄진 상태다”고 말했다.